섬유업계 首長 ‘뽑나 못뽑나’

경 회장 임기 2월말 만료 ‘섬산련’ 정기총회 일정 잡지못해

2009-02-20     전상열 기자

11대 회장 선임놓고 안개속 상황 연출
자칫 2005년 10대회장 상황 재연될 판
경 회장 연임 고사에도 연임무게 실려

한국 섬유업계의 수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맡을 인사가 없다? 섬산련 회장은 전통적으로 대기업 총수가 맡아왔지만 최근의 현상은 이게 아니다. 섬유산업의 위상변화와 맞물려가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섬산련은 2월말까지 한국섬유산업 수장을 뽑는 정기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야 하지만 아직(19일 현재) 총회일정조차 잡지못한 상태다. 자칫하면 10대 회장 선임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판이다.
섬산련 회장은 면방·화섬·수출업계 대표가 3년마다 돌아가면서 맡아 왔다. 과거 섬산련 회장은 2대 박용학(면방·대농), 3대 이동찬(화섬·코오롱), 4대 김우중(수출·대우), 5대 김각중(면방·경방), 6대 장치혁(화섬·고합), 7대 장익룡(수출·서광) 등 대기업 총수가 자리물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례는 8대 회장 선출과정에서 무너졌다. 면방업계가 회장을 옹립못해 수출업계가 연임하는 사태를 초래했고 한걸음 더나아가 동일인이 연임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이때부터 섬산련 회장 선출은 전통의 윤번제가 무너졌다. 면방업계가 10대 회장으로 경세호 가희 회장을 추대 했지만 대기업 총수가 이어온 전통을 스스로 깨버렸다.
11대 회장 몫은 화섬업계다. 그러나 화섬업계 속사정 역시 면방업계와 다를 바 없다. 화섬업계 오너는 효성·코오롱·태광산업·성안합섬 등이 꼽히지만 대부분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손사래 치고 있다. 업계 대표단체인 화섬협회 회장자리도 꺼리는 터에 섬산련 회장은 꿈도 안꾼다.
효성 조석래 회장은 이미 전경련 회장을 맡고있는 처지다. 당연히 섬산련까지 관심을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은 창업자인 이동찬 명예회장이 이미 역임했는데 2세 이웅열 회장이 또 맡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은 아예 나서지를 않는 인물이다. 전통적으로 강한 보수 성향에 사업군 역시 탈섬유에 비중을 두고있어 언급가치도 안된다. 박용관 성안 명예회장은 이미 일선후퇴한 상태. 자제인 박상태 성안 사장과 박상원 성안합섬 사장이 있지만 이들 역시 ‘언감생심’ 이라며 손사래치기 바쁘다.


그렇다면 화섬업계 몫의 회장은 이미 물건너간 격이고 올 섬유업계 수장 선출에 파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같은 마당에 섬산련 회장을 이대로 윤번제 식으로 계속 선출해야 하느냐는 것. 이미 전통적인 원칙론이 깨어진 마당에 더 이상 답습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급부상하고 있다.
11대 섬산련 회장 선임을 놓고 섬유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아직 후보자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세호 회장의 유임론에다 S사 ㄱ회장, D사 ㅈ회장, S사 ㅇ회장, J사 ㅈ회장, Y사 ㅅ회장, D사 ㄱ회장 등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돌고 있다.
우선 현 경세호 회장의 연임여부다. 경 회장은 연임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때 연임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후임 인물 선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 회장이 당초 연임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며 “이는 사실상 연임의 뜻을 밝힌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거론된 인물 가운데 섬유·패션을 꿰뚫는 식견을 가진 인사가 유력후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 인사는 ‘자기 기업을 가져야한다’ 는 섬산련 회장 자격요건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후문이다. 또 업·다운스트림을 아우르는 미들스트림 분야의 인물을 옹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탄력받고 있다. 11대 섬산련 회장 선임과 관련 다양한 변수가 불거진 셈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회장이 옹립되야 정기총회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섬산련으로써는 자천타천 인물 윤곽조차도 그리지 못한 채 오리무중 상황으로 빠져들어 가는게 고민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