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어설픈 세대교체 해법에 역풍만
2009-02-28 김영관
“대구섬유 미래 맡길 수 없다” 비난
세대교체 바람이 드세다. 힘과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전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정계와 체육계의 세대교체는 운명처럼 다가와 스스로가 그 시기를 인지할 수 있다. 새 얼굴을 원하는 국민 앞에서 구세대가 무슨 힘이 있으랴.
넘치는 힘을 요구하는 경기장에서 전성기를 보낸 선수도 스스로 물러나거나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제계는 어떠한가. 넘치는 활력소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구성원은 당연히 인기다.
지휘관의 전략과 전술에 맞춰 행동해야 하는 구성원들. 이왕이면 젊은 피가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장까지 ‘젊은피’를 강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백전노장의 전략적 노하우, 실패를 피해갈수 있는 뛰어난 감각은 젊은 피가 흉내도 못 낼 일들이다.
인기스포츠인 축구의 감독, 자수성가한 중견기업의 대표(회장)들이 좋은 예다. 세대교체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섬유산지 대구에서 단체장의 세대교체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대구시. 김범일시장이 취임직후부터 강조해온 말이다
그러나 섬유단체는 발끈하고 나섰다. 업계가 원하는 자리를 대구시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에서다.
대구시가 세대교체 배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반발 이유 중 하나다.
대구시는 노골적으로 특정단체를 겨냥,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용감(?)한 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업계의 반응은 NO. 대구시가 섬유업계 미래를 책임질 수 없거니와 세대교체를 요구할 명분과 자격도 없다는 이유다.
지자체가 나서 업계 수장에 대한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는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오히려 대구시가 지역의 주력산업인 섬유산업을 홀대하고 있는 마당에 불난집에 부채질한다는 반응이다.
결과는 대구시의 어설픈 세대교체 해법(?)이 산, 관 간 갈등을 초래하는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역풍에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공직자는 자리를 옮기거나 물러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기업은 평생 사업이요, 자손대대로 물려받아 무한책임으로 경영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쌍방간 주장이 엇갈리는 이유 중 하나다. 19일부터 시작된 대구경북 섬유관련 조합들의 정기총회를 보노라면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다.
총회는 조합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시장, 부시장, 국장급이 참석, 자리를 빛내거나 비젼을 제시해 주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총회시즌에는 전례없이 시장, 부시장, 국장급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높으신 분들이 시정업무가 많아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섬유산지 대구에서 대구시가 나서 섬유, 패션을 홀대하고 나서더니 이젠 세대교체를 이유로 아예 섬유, 패션계를 무시하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구섬유산업 비젼제시와 지원약속이 대구시와 업계사이에서 어떤 역학적 흐름을 보일지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