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류 수출경쟁력에 날개달아준 격

원·달러 환율 1000원대 재진입

2009-03-20     전상열 기자

7년만의 수출증가세 기폭제 될듯
평단 상승세 지속적 유지가 관건
“환란시 환율상승 독배 되새겨야”

원·달러환율 1000시대가 다시 열렸다. 환율하락으로 마른걸레 짜듯 내핍경영에 올인했던 섬유업체마다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환율이 2년2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직전 거래일(14일)대비 31.29원 폭등한 1029.20원을 기록하자 섬유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초 추정했던 환율이 전망치를 크게 이탈하면서 섬유업체들마다 득실을 따지며 분주한 모습이다.
우선 섬유업체들은 수출경쟁력제고에 신바람을 냈다. 2001년 이후 계속된 곤두박질 수출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올 들어서도 꾸준히 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여기에 환율 1000시대가 보조를 맞췄다. 환율상승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섬유시장에서 후발국과 경쟁하는 국내 섬유업체에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구조조정을 끝낸 이후 국내 섬유류 수출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중국 등 후발국으로 빼앗겼던 오더가 전환되는 시점을 맞아 더 큰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상승이 무조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환율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이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경우 그나마 구조조정을 통해 회복한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의 과제는 평균가격상승을 꾸준히 지속시켜나가는 것. 적정품질의 국내수출상품의 경우 이미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시점에서 물량경쟁으로 치닫는 것은 공멸의 지름길이다.


과거 양적 경쟁에 치우쳤던 국내 섬유산업이 질적 경쟁체제로 전환했다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쟁력향상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소수의 한계기업이 덤핑을 일삼을 경우 제살 깍기식 경쟁은 피할 수가 없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환율상승의 이익을 최대한 살리면서 평균단가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97년 IMF 환란에 따른 환율상승의 독배는 우리 섬유업계에 시사 하는바가 크다. 환율상승효과를 국내 섬유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켜나가는 업계의 성숙된 마케팅기술이 요구받고 있는 이유다.
한국섬유산업은 스트림별로 균형적으로 발전돼있고 천연섬유를 제외한 섬유원료의 자급화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환율상승은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가 영향이 절대적인 화섬관련 산업의 경우 원자재 인상효과는 있지만 이를 가공·수출하는 직·편물업계의 경우 환율상승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이 많다. 다만 이를 지켜나가는 마케팅전략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것뿐이다.
지난해 7년 만에 수출 상승세를 보이면서 섬유업계가 재도약의 날개 짓이 한창인 가운데 환율상승의 효과를 어떻게 살려나갈지가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