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카피일관 ‘정체성’ 상실의 시대

2009-06-30     김혁준
최근 업체들은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 차원을 넘어 그대로 베껴 자신의 디자인인양 버젓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업계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브랜드의 카피 문제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도가 심해지고 정당화되고 있어 문제가 크다. 얼마 전 백화점 매장에 나가 신상품들을 둘러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컬러와 디자인은 물론 캐릭터까지 비슷한 제품이 많아 라벨을 보지 않고는 어느 브랜드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해당 브랜드 업체들은 타 경쟁사가 자신들의 디자인을 카피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카피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또 모 업체 관계자는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모 업체 관계자 말처럼 ‘인기 브랜드 아이템’을 카피하면 당장의 매출 성과는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이 없는 지속적 카피는 브랜드의 경쟁력을 잃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 전체를 도태시킬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시급하다. 이제는 브랜드의 외형적인 볼륨 확장보다 브랜드 고유 컨셉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템 개발에 힘써야 한다.
업체들 스스로 디자인력과 제품력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만 뒷받침 돼 준다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