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박태욱 패션컨설턴트 - (주)FAS 대표이사(미국 LA 거주)

백화점 의존 낮추고 브랜드 키워야 구조적 문제 해결위한 자구책 마련 시급

2009-08-11     한국섬유신문

대한민국은 지난 1960년대 건설업의 활황으로 임대 상가의 전성기를 누렸고, 1979년 롯데 백화점이라는 대형유통망의 탄생은 임대 매장이 직영점으로 바뀌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이후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패션업계의 직영점 유통 형태는 변화가 거의 없는 상황이며 한국의 유통사업은 부동산이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패션비즈니스 유통은 부동산이 주도하면서 벌집 같은 좁디 좁은 매장으로 브랜드를 몰아넣고 단물만 빼먹는 꼴이 됐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국내 브랜드들의 활보하던 앞마당을 해외 대형 브랜드에 내주고 있는 꼴이다. 이를 국내 패션사들과 동고동락하며 수십 년간 성장해 온 백화점이 앞장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한국 패션업계의 전문적인 시각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라도 당장 백화점을 박차고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유통이 백화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백화점이 아니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방법상의 문제는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겠지만 일단 여기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국내 패션 산업은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지나치게 부족해 보인다. 다른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동일성을 띠지만 어떤 비즈니스를 막론하고 가장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소비자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는 무엇보다 브랜드에서 제시하는 제품에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지? ▲시대의 흐름에 맞는 트렌드와 컨셉은 잘 정돈되어 있는지? 이러한 상품의 서비스가 90% (소프트 웨어)이고 나머지 10% (하드 웨어)가 친절이라든지 시스템 관리가 잘 되어 있는가 등의 문제로 귀결된다.
패션브랜드 업체의 오너나 디자이너나 스탭들이 과연 소비자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수익 불균형이 패션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은 잠재 리스크를 떠 안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에 입점을 해 봐야 장소만 빌려주는 백화점의 마진율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의류 제조 원가가 2만원이면 소비자 가격은 10만에서 15만원을 받아도 매장에서 제품을 완판하기 전에는 이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다. 제조원가 2만원, 소비자 가격 10만원으로 의류업체가 5배수를 책정하고 100% 판매율을 기록해봐야 운영비와 재고 부담만 남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옷은 절대로 100% 완판이 불가능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해결책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열악한 유통환경 속에 30년간 혹사 당한 우리의 패션기업들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투자할만한 여력이 조성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올드한 시스템을 지닌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까지 유통업체들만 책망할 것이 아니라 패션업계의 반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총체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차원의 관점에서 본다면 유통의 과도기를 거치며 백화점의 대형 집객력이라는 우산 안에 바로 패션업체들이 스스로 안주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세상사가 영원한 것이 없듯 이제 과거와 같은 안주는 도태됨을 의미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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