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중소기업 강타…패션업계도 ‘불똥’
2009-10-06 홍영석
519개 피해 기업 중 ‘K·R·S社’ 등 섬유·패션 업체도 다수
통화 파생 상품인 ‘키코(KIKO·Knock-In Knock-Out)’가 중소기업들의 코를 제대로 킥(KICK NOSE) 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키코’에 가입한 480개 중소기업과 39개 대기업 등 총 519개 기업의 손실 금액이 6월말 현재 9,678억 원에서 최근엔 1조6,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환율 1,200원 기준으로 상장사 ‘키코’ 손실액은 3조원정도 추산되며 1,250원일 경우 3조5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몇몇 우량 업체가 ‘키코’로 인해 부도가 난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가 ‘키코’ 피해기업 10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율이 1,200원으로 상승할 경우 68.6%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손실액을 한 번에 상환해야 하는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 때문이다.
패션·섬유 업계 역시 ‘키코’의 피해를 빗겨가진 못했다.
최근 K사는 M&A설과 브랜드 중단설 등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악성 루머 중 최근 전개 브랜드 중 한 브랜드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중단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하고 있다. 이 와중에 ‘키코’ 거래로 인해 또 한 번 강펀치를 맞았다. K사는 ‘키코’ 거래로 2/4분기에만 자기자본(414억원)의 6.04%에 해당되는 25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지난 6월20일 공시를 통해 밝혔으며 이를 포함해 상반기에만 57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신용정보사의 평가에서 최근 K사가 통화옵션 관련 손실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키코’가 K사를 위기로 몰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상당한 악영향은 미친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시계, 액세서리 등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R사 역시 지난 8월7일 공시를 통해 자기자본(232억원)의 18.97%에 해당되는 44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지난 8월7일 공시했다. 또 방직용 섬유 수출업체 S사도 달러당 225원, 전체 45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S사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수출액만 100억 원이 훌쩍 넘는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이지만 최근 ‘키코’로 향후 기업 성장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나 코스닥 등록 업체들이야 공시를 통해 알려지지만 수출입을 전문으로 하는 들어나지 않은 중소 패션·섬유 피해 업체가 더 있을 것”이라며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정부 차원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키코’로 인해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 중 회생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선 계약 은행이 ‘키코’ 손실액 수준의 신규대출, 만기연장, 출자전환을 유도하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키코’ 피해 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신규대출 등에 대해 신용보증기관을 통해 특별보증해줄 방침으로 이는 결국 개별 기업과 은행 등의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떠안게 돼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질 전망인 반면 기업들은 이정도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