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업종별결산]
유가 고공비행, 원자재가 인상, 환율상승,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등 등 등. 2008년 한국 섬유패션산업을 평가한다면 용두사미와 경천동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2월25일 경제 대통령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10년만의 정권교체이자 샐러리맨의 성공신화가 맞물리면서 한국경제에 청신호가 됐다.
그러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한미 FTA 추가협상 과정서 불거진 광우병 사태는 촛불시위로 점화돼 이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앙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물류대란은 수출 활동을 옥좼다.
하반기를 들자마자 터진 미국발 서브 프라임 사태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낳았다. 세계시장 침체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렇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깊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세계경제가 언제쯤 반등의 불씨를 지필지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올해보다 내년이 더 힘들다’는 위기 속에서 2008년을 정리하고 2009년을 맞는 지금 섬유패션업체마다 초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섬유·패션, 금융경색에 울다
○…올해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상반기 유가 급등과 원부자재가 인상, 환율상승 영향을 받아 채산성과 수출경쟁력을 크게 깎아냈다. 특히 패션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시장 위축은 수많은 패션업체들의 부도·도산을 불렀다. 수출은 다소 질곡은 있었지만 10월까지만 놓고 보면 전년동기대비 2.8% 신장한 114억4400만 달러를 보이면서 연말까지 138억 달러 수출을 예상케 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경색은 미국·중국 등 주력 섬유 수출 시장의 침체를 부르면서 11월·12월 수출에 치명상을 가했다. 11월·12월 수출은 사상초유로 불리우는 두자리수 마이너스 성장이 그것이다. 11월 19.8% 마이너스 성장했던 섬유수출은 12월에는 폭을 넓혀 마이너스 25%이상 성장을 예고했다. 지난해 7년 만에 곤두박질 수출에서 상승세로 전환했고 올 10월까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단 2개월 만에 모든 성장을 깎아냈다. 또 수출은 지난해 수출실적 134억 달러 달성도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지속적인 환율상승은 연중 고유가에다 원자재가 인상을 부른 대신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계가 안돼 채산성 확보를 어렵게 했다. 특히 하반기 급격한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 채산성 확대에 플러스 요인으로 기대됐지만 수출물량 감소는 이를 상쇄시켰다.
패션기업은 더 심했다. 경기침체는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이어졌고 많은 브랜드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게다가 생산기지인 중국의 신노동법 발효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와 위안화 절상이 맞물리면서 원가 상승을 촉발시켰다. 판매는 안 되고 생산비용만 증가하는 이중고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상당수 패션업체들의 부도·도산 사태로 이어졌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업체들의 판매부진까지 불렀다. 구랍 26일 현재 중국진출 대부분 패션업체가 매장축소, 브랜드 철수 바람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희망찬 무자년을 기대했던 섬유·패션업체가 미국발 서브 프라임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경색이라는 경천동지 사태를 만나 용두사미 꼬리표의 경영실적만 낸채 망연자실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차별화가 살길 입증시켜
○…올 한해 대구경북 섬유업계는 내성을 진단받는 해였다. 미국 발 금융위기와 중국경기침체, 그리고 고 원자재(원료)값 등으로 지역 섬유업계는 혹독한 시련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섬유업계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역 간판급 섬유업체들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이를 꿋꿋이 이겨냈다. 수출전선에선 오히려 고환율 흐름에 편승, 매출액이 두 자리 수 이상 신장한 기업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의 간판기업 몇몇이 KIKO(키코)로 인해 손실을 피할 수 없었지만 이마저도 섬유기업을 흔들기엔 역부족일 만큼 그들의 내성은 강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선전한 화섬교직, 복합직물, 박직류, 후가공류, 싱글스판(니트) 등에다 내년에 개발이 본격화 되는 산업용 섬유가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섬유개발 프로젝트, IT, 자동차, 선박용 섬유등도 포함된다. 염색과 패션도 내년에는 희망이 보인다. 아이템의 다양화, 고부가가치화가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다 올 한해 강한 내성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지역 패션인들의 내년도 다짐도 당차다. 개발, 해외시장진출, 브랜드차별화 전략 등은 이미 시작됐다.
급변하는 외부환경 대응 쉽지 않아
○…면방업계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 파도타기를 시작했다. 상반기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3분기 환차익과 동시에 약간의 영업이익으로 상승세를 탔으나 4분기 말에 접어들면서 매출하락이 이어지면서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장 풀가동은 커녕 최근 들어 주 5일 근무제나 혹은 잠정적인 가동 중단설이 난무하는 등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국내 면사시장은 국산제품과 수입사가 동시에 경쟁하고 있으나 환율급등세 속에 수입사는 상당량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社 경우 수입사를 대량수입해 왔으나 환율이 상승하자 수입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수입면사는 줄어들면서 국내사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경기의 어려움으로 구매심리는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편이다.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 비전 제시
○…패션 업계는 특히 올해 국가적 지원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 행사가 많았다. 또 디자이너들이 비즈니스적으로 활동이 활발했다. 패션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국내 디자이너들의 역량이 크게 발전하면서 하반기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서는 등 패션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화 체육 관광부에서는 국제적인 패션전시 행사를 유치하고 창의적인 패션창조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패션을 국제적은 물론, 일생생활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중강기 계획을 세웠다. 또 디자이너와 브랜드간의 콜라보레이션이 활발했다. 송자인과 ‘뉴발란스’, 정욱준과 ‘리복’의 콜라보레이션을 시작으로 서상영 디자이너와 LG패션이 ‘TNGT by 서상영’ 을 진행, 두리정과 위즈위드 W컨셉의 ‘W concept by doori’ 등이 진행됐다.
스타일리쉬 캐주얼 약진
○…올해 캐주얼 마켓은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신규 런칭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중저가 캐주얼 특히 이지 캐주얼은 유통망 다각화와 인터넷 쇼핑몰, 보세, 글로벌 브랜드들의 복종 침해 등으로 마켓 잠식이 심했다. 반면 스타일리쉬 캐주얼의 약진과 진 캐주얼의 강세는 지속됐다. ‘코데즈컴바인’이 전체 스타일리쉬 캐주얼 부문을 이끌었고 ‘테이트·앤듀’ 등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시장 전체로는 진 캐주얼이 강세를 지속했다. 진 전문인 ‘리바이스’가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시장을 리딩했고 ‘캘빈클라인진·게스·버커루’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존 캐주얼 브랜드 역시 진 라인을 강화하는 등 강세는 당분간 지속 될 전망이다. 올해를 끝으로 롯데와의 윈윈 전략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유니클로’는 국내 마켓에서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볼륨화에 나섰다. 2008년 총 23개 대형 매장에서 800억 원(2007년 9월~2008년 8월)의 매출을 올렸으며 오는 2012년 100여개 매장에서 4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비전을 선포하기도. ‘폴햄·애스크·지오다노·티비제이’ 역시 캐주얼 마켓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도크·폴로진·티니위니·엔아이아이·엠폴햄·뱅뱅’ 등도 상위권 진입을 노렸다. 대기업 복장 자율화 여파로 비즈니스 캐주얼의 성장 가능성이 잠재된 가운데 향후 캐주얼 마켓의 살아남기는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프리미엄 진 약 보합세
○…진 캐주얼업계는 대형 백화점의 멀티샵 확대로 프리미엄 진이 다소 인기를 끌었으며 중고가 브랜드들의 경우 보합세를 보였다. 리바이스와 캘빈클라인진 게스 버커루 외 빈폴진 폴로진으로 대별되는 중고가 시장은 연예인과 코마케팅을 내세운 스타마케팅으로 열기를 몰아갔다. 리바이스 경우 몸매가 너무 늘씬한 모델보다는 실제로 몸매는 되지 않아도 리바이스를 입으면 길어 보인다는 점을 내세웠다. 송혜교씨의 경우 다리가 짧은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리바이스를 입으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처럼 불경기속에 소비자지향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나 내년에도 자금력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꾸준한 시장잠식을 할 것이라는 분위기.
남성복, 불황 직격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남성복부문의 부침이 심한 한해였다. ‘그린프라이스’는 신사복부문 성장의 발목을 잡았고 여름비수기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의 매출부진은 경기침체를 여실히 반영했다. 불황기에 가장 직격탄을 맞는 신사복업계는 조기 시즌오프 세일을 단행해 겨울물량을 겨우 밀어낼수 있었지만 내년 한해가 큰 고비가 될 듯 싶다. 캐릭터 남성복의 경우 판매활성화를 위해 베이직한 포멀을 많이 기획한 회사보다는 아예 독특한 컬러와 스타일의 제품들이 하반기에 호조를 보였다. 지오지아, 지이크, 코모도, 본 등 캐릭터의 볼륨화와 라인익스텐션도 활발했다. 유명백화점의 고급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