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디자이너 한명이 국가를 일으킨다”

한국패션 미래는 ‘신인육성’…빈공약보다 체계적 전략수립이 우선

2010-01-05     김희옥

최근 ‘패션’이 산업발전을 앞당길 고부가 시너지 부문으로 각광 받으면서 정부도 적극 지원책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물론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에서도 패션의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패션산업은 성장 전망이 밝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디자이너 한명이 국가를 일으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타 디자이너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적 디자이너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실력뿐만이 아니라 빛날 수 있는 배경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디자이너들의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설 자리가 없고, 마케팅 기반이 없어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앞으로 국내 패션계를 이끌어 나갈 신진 디자이너들은 더욱 그렇다. 세계속의 한국 신진 디자이너와, 주목받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점차 많아 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더욱 성장시킬 지원책과 원동력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 본다.


실력있는 신진 발굴…지원책 마련 잇따라

서울시에서는 서울컬렉션을 꾸준히 유치하며 국내 정상급 패션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비롯 신진디자이너들의 발굴을 위한 노력을 나날이 배가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연 2회 서울 컬렉션 기간 내 신진디자이너컬렉션을 개최해 패션쇼 경비 및 부스,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컬렉션을 시작으로 디자이너의 꿈을 이룬 많은 디자이너들은 백화점의 편집샵, 온라인의 디자이너 섹션의 입점, 파리 후즈넥스트 참가, 서울 컬렉션 참가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09 S/S 컬렉션에서는 ‘그룹 프리미에르’ 부스를 마련하는 등 ‘신진 디자이너 그룹’ 지원에도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제일모직은 글로벌 디자이너 육성을 목표로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욱준, 소니아 윤, 에이미 조가 선정됐다. 하지만 이와같은 지원은 한정적이고 소수만이 특혜를 누리고 있어 정부차원의 더 많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패션협회 원대연 회장은 “골프를 소수만이 누리는 귀족 스포츠에서 누구나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전환시킨 것은 삼성이 박세리를 지원해 골프를 국내에 널리 알렸기 때문”이라며, “기업도 디자이너들의 육성을 통해 브랜드 가치도 높이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도가 자리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프리미에르 한 회원은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너무 좁다. 작은 공동 작업실이라도 마련이 된다면 패션 디자이너들의 발전은 가속화 될 것”이라며, 지원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패션대전의 심사를 위해 내한한 이자벨 마랑은 “국내 디자이너들의 수준이 많은 세계 디자이너들 못지않게 뛰어나지만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쉽다”고 말하며 국내 디자이너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대한민국 패션강국으로

신진 육성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국내 패션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에서 패션을 지원하기고 나선 것.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패션문화 산업의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각종 문화와 어우러진 패션행사를 유치하고, 한류패션쇼를 개최함으로써 관광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할 계획이다.

또 2010년에는 국제적인 전시회 패션아트페어를 유치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강남구는 청담·압구정 패션 특구를 지정하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패션센터를 건립하고 각 지역별 컨셉에 맞는 문화 패션거리 조성이 이뤄지며, 매년 디자이너컬렉션, 대학생들의 합동패션쇼, 패션 백일장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컬렉션과 부산컬렉션은 규모나 진행면에서 나날이 발전하며 해외 바이어들에게 우리나라의 패션을 알리고, 비즈니스의장을 마련하는 등 국내 곳곳에서 패션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 중장기 비전 절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관심은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고 본다. 이들 신진이 국내는 몰론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선 ‘마케팅’을 위한 전문적이고도 체계적 지원이 절실하다. 또함 ‘붐’을 조성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중장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한다. 컬렉션 주최나 주관, 신진지원을 맡은 기관과 단체 등이 실제로 필요한 전문지식 없이 성과위주로 진행할 경우 ‘패션은 그야말로 낭비성’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다. 각종 패션행사, 사업이 많아지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신진 육성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함께 꾸준히 이뤄진다면 세계 패션 강국 한국,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