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자화상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섬유는 ‘녹색성장’ 견인차

2010-01-19     김영관

자중지란은 더 이상 안돼
분위기 쇄신 적극 나서야

지난 13~14일 대구중기청과 지식경제부가 약속이나 한 듯 대구에서 잇따라 올해 R&D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각각 최대 인파를 기록하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올해 대폭 확대된 예산을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감안, 조기에 집행할 예정이니 많이 참여하라는 게 요지였다.
그럴 듯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여전히 허점 투성이다. 정작 가야할 곳을 못찾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 예산집행이 올해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은 상상 이상이다.
업계간 불협화음에다 정부예산을 못 따오는 기업은 바보취급받기 일쑤다. 산·학·연이 지혜를 모아야할 R&D과제지만 대학에선 서류대행이 만연하고 있다. 상품화를 위한 연구 참여나 연구기획은 보기가 힘들다. 업계는 업계대로 돈 만따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상품화는 뒷전이다.


지난해까지 R&D과제 수행 결과물중 상품화가 되어 수출된 금액이 얼마인지 묻고 싶다. 상품화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를 물은 뒤 개발성공 후 상품화를 비롯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이 같은 좌충우돌식 분위기는 어느정도 잠재울 듯 싶다.
그린산업,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섬유의 미래를 기약한다는 게 정부의 청사진이다.
대구산지로서는 목표가 있으니 열심히 하면 되는데 지금 분위기는 냉기류다. 겉으론 멀쩡한데 들여다보면 구심체도 없고 좌충우돌 격이다. 섬유산지 대구의 자화상인가 묻고 싶다.


대구산지에 어느새 ‘어른’이 없어졌다. 어른이 단체장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던 8·90년대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의견이 갈라지거나 편가름도 찾아볼수가 없었다. 고 백욱기 전 회장, 박용관 전 회장이 대구의 간판 단체인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을 맡을 당시다. 불가능이 없을 만큼 업계의 응집력과 참여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민병오, 안도상 전 회장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안도상 직전회장이 사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어른’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게 결정타였다.
지금 대구산지는 협회장을 맡을 ‘어른’ 모시기에 바쁘다. 그런데 어른이 없다. 업계 전체를 추스릴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진정한 어른이 없다.


바통을 이어받아 역할을 수행해낼 ‘예비어른’들은 아예 나설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협회장이 불미스런 전례를 남긴데다 원로들의 눈치 보기에도 만만치 않다. 산지 발전의 대승적 차원에서 원로와 중견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스트림별 균형발전을 위해 막대한 정부자금이 지원된 연구기관은 어떤가. 스트림별 공조는 뒷전이다. 내 밥그릇 챙기기가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섬유산지를 포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산지 미래는 온데간데 없이 내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연구기관들을 지켜보는 지자체나 정부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업계가 수년에 걸쳐 ‘이 같은 행보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연구기관들에겐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어른’부재에 따른 부작용이다. 그렇지만 새해들어 각 연구기관들이 홀로서기 프로젝트와 미래 먹거리 섬유기반을 구축하려는 행보는 다행스럽다.


몇 해 전부터 모양새 사납게 ‘단체장 세대교체론’이 제기된 것도 산지에선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장이 나서 대책 없는 세대교체 목소리를 높이더니 급기야 새카만 후배 섬유인 몇몇이 모여 시장을 동조하며 좌충우돌 행보를 보인 것은 해프닝인지 쇼인지 분간을 어렵게 한다. 무리수는 실효성이 없다. 당시의 후유증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 업계 대화합과 스트림별 공조행보를 가로막는데 일조하고 있다.


언론은 한술 더 뜬다. 불난 집에 부채질 꼴이다. 깊이를 모르는 종합 언론이라면 이해의 차에서 나온 우로 보아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 언론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작금의 대구산지 분위기를 전하는 내용 중 사실과 전혀 아닌 것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분위기를 망치는 이유 중 하나다. 무지의 소산인지 아전인수격 해석의 표현인지는 몰라도 진실은 업계가 알고 있다. 대구산지의 분위기를 직시하고 발전 지향적 방향 제시가 아쉽다.
이젠 산지도 달라져야 한다. 올해가 우직하고 정직하게 전진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