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포트 코오롱패션머티리얼(주) 최종범 과장
경기침체 직격탄 ‘OR’ 생존 몸부림 후끈
아웃도어 최대 시장 미국에서도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이 그대로 반영됐다. 1월22일 미국서 개최된 아웃도어 리테일러 전시회 ‘OR쇼’는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미국 경기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찼다.
이번 전시회에는 예상대로 참가 업체수가 대폭 줄었다. 예년의 경우 겨울에 1000여 업체가 참가해 전시를 했지만 150여 업체가 감소한 850여 업체가 참가하는데 그쳤다.
또 경기 후퇴에 따른 일부 유통 업체의 부도와 이번 겨울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고 누적으로 리테일러들의 발주 능력 자체를 축소시켰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브랜드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OR’을 통해 예측불가의 내년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리테일러들은 전 시즌에 비해 한층 더 진지하게 제품 상담과 오더에 임하는 분위기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브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어들이 새로운 업체의 제품에 관심을 주기 보다는 기존 거래 브랜드의 확실한 제품에 힘을 싣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기존 거래 브랜드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제품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거래를 중단하거나 수량을 대폭 줄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전시회 지배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테마를 맞춰왔던 몇 년간의 트렌드가 경제 후퇴기를 맞아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바뀐 것이다. 환경도 좋고 기능성도 좋고 유기농도 좋은데 우선은 팔려야 브랜드가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에코, 오가닉, 환경, 내추럴, 리사이클이라는 키워드들을 떠올려 보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 아마 많은 독자들이 ‘파타고니아(PATAGONIA)’를 떠올렸리라. 그 ‘파타고니아’ 조차 리사이클, 오가닉 분위기를 내세우기는 했어도 메인으로 삼지 않았다.
디자인에서부터 소재, 사회 기여에 있어서 가장 앞선 환경친화 기업임을 알리기 위해 모든 홍보역량을 집중했던 최근 몇 년간의 노력과는 달랐다.
관련 소재는 계속 사용하더라도 그저 ‘맘에 쏙 든다’라는 감성적인 접근을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기존에 진행하던 리사이클 관련 켐페인을 버린 것은 아니고 여전히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 툴로는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각 브랜드들이 다른 가치보다는 아웃도어, 패션, 옷의 구매가치에 충실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다.
소재 측면에서 이번 ‘OR’은 큰 변화 또는 새로운 소재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에코 관련 소재를 메인 컨셉으로 내세운 업체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역시 중요한 아이템이었다. 페트(PET) 병을 재활용한 리싸이클 소재뿐만 아니라, 커피·미네랄등 천연소재를 믹스한 화섬 소재, 수성 코팅 등 에코 연관 아이템의 영역 확대를 눈여겨 볼만 했다.
또한 울의 선전도 돋보였다. 특히 화섬 기능성 소재와 울의 혼방 제품은 경량·보온·항균·형태유지성 등으로 관심을 모았다. 전시장 내부에 울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대형부스가 3군데나 되었고 끊임 없이 상담이 진행됐다.
또 대부분 다운패딩에는 박지·초박지가 사용됐다. 박지의 일반화 시대 실감과 함께 주름, 패턴 등 변화조직으로 차별화가 이루어 졌다. 표면 질감은 내추럴한 분위기가 감도는 표면 모우감 있는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이게이지 환편 원단의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최근의 상황과 상반되게 로우 게이지의 루즈한 표면 조직의 제품을 전시한 브랜드들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아웃라트스 코팅(Outlast coating)을 적용한 온도 조절 기능성 원단, 심실링(Seamsealing)를 적용한 경량화 제품, 반사 효과를 이용한 보온성 코팅, 투톤 효과 등이 적용된 원단도 적잖았다.
‘OR’ 등 전시회를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소재 업체들이 출전에 앞서 꼭 점검 해야 할 일이 하나 늘었다. 브랜드 및 저작권 관련 문제이다.
이번 ‘OR’에서는 대만의 H사가 원단에 ‘코콜(COCOL)’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다 코코나(COCONA)로부터 법적 분쟁이 제기되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도 사전 점검을 통해 불필요한 문제점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하겠다.
‘OR’ 디렉터 겐지 하루터니언(Kenji Haroutunian)은 변화하는 시장의 역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8월초 개최해오던 서머 마켓을 2주 정도 앞당겨 2009년 7월 21일부터 24일까지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점차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기획에 맞춘 변화라고 한다. 여름 ‘OR’을 준비하는 업체는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1011 F/W를 준비하는 브랜드와 리테일러는 09 S/S와 1011 F/W를 잘 넘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전시회의 분위기를 통해 확실하게 체감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