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지 재도약은 카피 원천봉쇄에 달렸다
■기획시리즈 | 나만의 색깔로 성장레이스 펼친다 ⑥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제품을
이춘식 대구경북 섬유산업 신문화 창조협의회 회장
“섬유 신문화 창조는 대구색깔 내는 것”
창조협 통해 ‘모방·출혈경쟁’ 적극 타개
섬유복제방지는 시급한 과제
청와대, 대구시에 의견 전달
올해 30개社로 확대 ‘악습근절’ 앞장
섬개연, 특화 창조섬유 개발 적극지원
세계 최대의 화섬산지 대구. 스트림별 기반이 대구만큼 잘 짜여 진 곳도 없다. 그래서 대구가 세계적 섬유산지로 통한다.
80년대를 지나 90년대 접어들면서 화섬 직물은 전성기시대를 맞는다. 조젯트류, 쉬폰, 카바링 스판덱스, 원/투웨이 스판덱스는 화섬산지 가득액을 올리는 효자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들어 차도르용 블랙직물, ITY싱글스판, 메모리섬유, 세 데니어 박지직물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화섬산지의 체면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히트 아이템이자 효자아이템들은 전성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모방과 카피(COPY)라는 복병을 만나 십일 홍에 그치고 마는 뼈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2009년 현재 블랙직물, ITY싱글스판 메모리섬유, 박지직물이 산지 대표아이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모방과 카피풍토는 여전해 덤핑이나 제 살 깍는 사례가 빈번하다. 섬유산지의 재도약을 가로막는 악습 중에 악습이다. 모방과 카피문화의 근절은 이제 산지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타개과제가 됐다. 과거 영광을 되찾는 길은 이러한 잘못된 풍토를 없애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대구경북 섬유산업 신문화 창조협의회가 태동한 배경이다.
2007년 11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협의회(가칭)을 구성한데 이어 이듬해 1월 정식
발족했다. 같은 해 2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주도하에 섬유산업 창조원년 선포식을 갖고 창조제품개발에 나섰다. 카피와 모방풍토를 근절하고 창조섬유를 개발해 대구만의 색깔로 세계시장을 누비자는 게 최종 목표였다. 협의회를 가동한지 6개월 여 만에 16개사 회원사들은 기대이상의 성과물을 내놓았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협의회 활동에 팔 걷고 나선데 이어 회원사 역시 신문화 창조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누군가가 해야 할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나만의 색깔, 나만의 창조섬유
레이온개질을 통한 린넨라이크 제품 2종을 엔텍스(대표
이종찬)가 개발해냈다. 린넨라이크을 목표로 한 레이온의 개질가공과 엔텍스만의 특수가공기술로 개발됐다. 이 제품은 마 소재 단점을 레이온 소재로 개질하여 쿨비즈 용 제품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여성자켓 또는 케주얼용도로 차별화된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방법은 특허출원을 마쳤다.
PLA/WOOL혼방사를 이용한 고 감성직물은 시마(대표 김지미)가 개발해냈다. 혼방사 개발, 선염기술정립이 개발의 핵심. 시마는 이 창조제품 개발로 남녀셔츠, 자켓용도의 쾌적기능을 가진 신제품을 다수 내놓았다. 혼방사 염색 및 가공방법은 특허 등록을 마쳤다.
텍스퀘스트(대표 이종각)는 마이크로멀티 파이버 염착차를 이용한 파일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N/P분할사와 하이멀티 이형단면사를 사용한 투-톤 파일직물개발이 목표. 이 회사는 이 제품개발로 저가 중국산 N/P파일직물 대비 차별화를 꾀한데 이어 견뢰도 향상과 용도 전개 폭을 확대
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캐주얼웨어에 국한됐던 용도가 남녀 정장류까지 확대해 투-톤 효과를 가진 새로운 개념의 코듀로이 직물을 개발해냈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의 파일형 투-톤 코듀로이 직물로 특허등록에 이어 이미 30만야드 규모의 신규오더를 수주한 상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복합사가공 조건과 조건별 심색차를 설정하는 신제품개발센터설비와 기술을 지원했다. 흡한 속건사와 PTT를 이용한 서커직물은 SIT코포레이션(대표 손구)이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염색재현성 확보와 PTT와 기능성을 가미한 서커직물이 개발이 최종목표였다. 이 회사는 이 제품개발로 청량감, 쾌적성, 드라이터치
등 차별화된 소재를 생산, 남여 캐주얼정장 용도의 이지케어형 서커직물을 공급하게 됐다. 미주, 유럽시장을 타겟으로 2달러 후반대의 높은 가격이 설정돼있다.
보광(대표 윤원보)은 IT를 접목한 세섬도직물 디자인을 개발했다. 입체감, 날염, 엠보가공효과를 발현하는 차별화된 소재개발이 목표. 보광은 이 디자인개발로 자카드 조직을 워터제트 도비직기에서 생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가는 줄이고 생산성과 직물단가는 울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은 당연하다.
이 회사는 차별화된 디자인개발을 컴퓨터그래픽기술과 디자인기법을 통해 얻어냈다. 도비 메카니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보광은 이 디자인 개발의 성과로 경량자켓, 다운 프루프, 윈드 브레이크용 차별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직물을 공급하게 됐다.
노스페이스·콜롬비아·블랙야크·코오롱스포츠 등 스포츠메이커들과 갭·타겟·시어·익스프레스·JC 페니 등 미주·유럽바이어들이 차별화된 디자인에 군침을 흘리는 품질이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차별화 역할 앞장
협의회 회장은 회원사 대표가 아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춘식 원장이다. 회원사의 능
동적 참여와 이업종연계, 창조섬유개발 문화 확대 및 분위기조성, 창조섬유기업발굴 및 육성, 지원 등 역할수행이 업체 대표보다 연구기관의 책임자가 적격이기 때문.
이를 증명하듯 섬개연은 협의회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춘식 회장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역할 중 특화된 창조제품을 개발하려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는 말로 협의회의 지원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는 또 “섬유 신문화 창조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난 2004년 9월 청와대가 대구시에 섬유복제방지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사례도 짙게 깔려있다. 정부가 나서서 모방과 카피를 방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지원은 당연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3년 뒤인 2007년 9월에는 당시 조기성 중소기업청 대구지청장이 직접나서 “창조섬유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풍토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섬유카피방지 간담회를 통해 주장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협의회가 우선적으로 성과를 거둬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의 손길을 뻗칠 것으로 보고 창조섬유 협의회의 성과위주 가동에 주력하고 있다. 16개 회원사의 창조섬유 개발행보에 밀착 지원하기 위해 신제품개발센터에 설치된 방사설비, 시제품생산라인 등 연구개발설비 이용에 제한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개발과정에서 한계를 느꼈던 신소재 개발을 활성화 하기위해 센터 내에 파일럿 형 중합기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회장은 “원사에서부터 신소재가 개발돼야 진정한 창조섬유의 위력을 발휘할 것” 이라며 중합기 도입의 의지를 보였다.
섬개연의 협의회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창조섬유제품 기획, 상품화지원, 프로모션(연2회), 창조제품관리 및 보호, 대 업계홍보활동도 적극적이다. 이중 창조제품 보호 및 관리 사업으로 개발품의 지적
재산권 등록, 창조섬유기업 확인서, 창조섬유개발업체 현판, 창조제품 태크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프로모션사업으로 연 2회 2층 세미나장에서 창조제품전시회를 마련, 대 업계홍보 및 마케팅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유수의 바이어들이 찾아오는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에도 빠짐없이 창조섬유를 출품시켜 한국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마케팅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구국제섬유박람회를 주관하는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이동수 회장도 지난 조직위 회의 때 창조섬유의 출품을 요청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