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패션칼라공단 ‘無主空山’

함정웅 이사장 전격 사퇴

2010-06-14     김영관

대구패션칼라산업단지관리공단(구 대구염색관리공단) 함정웅 이사장이 9일 공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함 이사장은 지난 3월 정기총회를 통해 부이사장 3명에게 수질, 발전, 관리회계등 공단의 주요핵심 3개 사업의 경영권을 위임하는 용단을 내린바 있다. 실권을 위임한 함정웅 이사장은 공단 대표 성격의 명예직 이사장으로 역할을 수행할 계획 이었다.
그러나 9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단과 부이사장들이 바빠졌다. 함 이사장의 사퇴는 빠르면 이달 말 또는 7월초 임시총회를 통해 사퇴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단과 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은 겸임한다는 정관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또 후임 이사장을 누가 맡을지도 관심이다.


공단 입주업체 및 이사진은 지난 3월 정기총회 이후 공단운영과 관련, 진보혁신파와 보수안정파로 양분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 때문에 공단 정상가동이 힘들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후임이사장 선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함정웅 이사장은 정관개정을 통해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사장직은 계속 수행할 계획이다.

■ 뉴스의 배경
안정적 진보냐, 혁신 진보냐
쌍방간 대립 첨예

대구패션칼라관리공단이 안정적 진보야 혁신진보냐를 두고 이사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갈등의 출발은 공단이 사용하고 있는 유연탄의 운송비가 턱없이 비싸 결국 스팀(증기)값 인상으로 이어졌다는데 있다.
이에 따라 혁신진보를 주장하는 정명필 총무부 이사장을 필두로 뜻을 같이하는 이사진들은 공단 경영 및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해부와 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한재권 수질분과 부이사장과 조현호 발전분과 부이사장은 공단경영과 관리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는 무리가 따른다면 안정적인 기반에서 변화를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혁신과 안정을 추구하는 양측은 4개월째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정명필 부이사장이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이사장을 사퇴하는 불상사도 나타났다.
안정적 변화를 추구하는 조현호 부이사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한 가운데 인신공격까지 받는 입장이 되자 구태여 부이사장직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것. 그러나 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계속 맡아달라는 지지자의 응원에 힘입어 버티고 있는 중이다.
양측의 힘의 균형은 각각 5;5의 비율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함 이사장이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힘의 균형은 더욱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단의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유연탄 운송비가 턱없이 비싸 비공식 조사를 해봤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15-20%가 비싸다는 결론이 나왔다. 공단 이사진과 입주업체들이 가만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공단측에서 운송회사와 수의계약으로 단가를 책정한 것이 비싼 이유라는 것. 일부 이사진들이 들고 나서 공개입찰에 부쳐 정상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운송비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런데 이것이 기화선으로 작용, 석탄단가 및 공급선까지 파고들었다. 공단이 사용하는 유연탄은 함정웅 이사장 재임 17년간 중국 매탄공업진출구공사에서 연간 30-40만톤을 수입해 사용해오고 있다. 물론 수의계약이다. 이에 따라 이사진과 입주업체들은 공개입찰을 통해 양질의 석탄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들고 나섰다.
공단과 이사진은 러시아산, 중국산등의 가격과 석탄품질(열량, 배출가스등)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4명의 이사진을 뽑아 원가절감 팀을 발족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산을 테스트했다. 이달에는 중국산 신호탄을 비롯 2-3종의 석탄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수의계약이나 공개입찰이냐를 놓고 또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가격을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입주업체와 이사진들은 공단운영에 대한 강한 불만을 분출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까지 전국 열병합발전소 가운데 가장 싼값에 스팀을 공급해 온 것을 이유로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열병합 발전회계를 살펴보면 적자폭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여 한계에 도달했음이 확인됐다. 공단은 지난달 급기야 톤당 5천원의 스팀값을 인상했다.
1만원에서 1만5천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을 감안,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게 공단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석탄거래선 조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석탄값 인하에 다른 스팀값 절감도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혁신과 안정을 바라는 양측이 추진방법에서 이견을 보이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과제뿐이 아니다. 앞으로 공단 및 입주업체들의 가동원가를 압박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추가 스팀값 인상은 이미 예고된바 있다.
도쿄선언에 따라 빠르면 내년 또는 2011년에는 염색공장에서 배출되는 염색슬러지를 해양 투기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지만 진척이 없다. 염색연구소에서 슬러지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상용화 할 수 있는 지금이 500~600억원이 소요돼 막막하기만 하다. 이밖에 발전소설비 원리금 상환부담과 설비 노후화에 대한 비용문제가 산적해 있다.
환경법규 강화에 따라 4년 뒤엔 집진 설비구축도 피할 수 없어 이 또한 큰 원가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5년 내 공단은 1000억원 안팎의 추가원가 부담요인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함정웅 이사장은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향후 염색공단이 다양한 원가부담요인을 받아 경영을 정상화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업체와 이사진들은 눈앞의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볼썽사나운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 팔짱만 낀 채 강 건너 불보 듯하고 있는 입주업체 대표들도 대책이 없다.
▶향후전망과 해결책은
3개월 이상 끌어온 팽팽한 세력싸움은 더 이상 결론을 내리지 못할 상황까지 왔다. 해결방법은 입주업체 전체 의견을 수렴, 입주업체가 원하는 길을 가는 것이다. 더 이상 일부 혁신파 이사들의 소모전과 비방전은 막을 내려야할 때가됐다. 이사회를 열어 해결 가능한 방안을 내놓은 다음 이를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결정하는 길만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작금의 비방과 모함은 사태만 악화시킬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입주업체들의 불만도 증폭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입주업체가 선택하는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함정웅 이사장 사퇴에 따른 후임이사장 선출도 막막하다. 양측의 세력싸움 틈바구니에서 누가 이사장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먼저 이사진과 입주업체가 나서 공단의 운영방향과 윤곽을 정하는 것이 1순위다. 신임 이사장 추대는 다음 수순이다. 이사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2-3명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