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산지 3重苦에 운다”
환율 ‘하락’ 수출 ‘감소’ 설비 ‘노후’
▲ 10년 이상된 직기가 80%에 이르는 등 대구지역 설비 노후도가 극심하다(사진은 제작라인 전경) | ||
해외마케팅 창구 지원 변변찮고
효율적인 R&D 지원책 아쉽기만
섬유산지 재도약은 ‘그림의 떡’
대구섬유산지가 수출감소와 설비노후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마케팅을 지원해줄 창구지원과 R&D의 효율적인 지원책도 섬유기업들에겐 아쉽기만 하다. 요즘 대구경북에서 섬유업을 하는 CEO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4월 현재 대구경북 직물수출은 지난해 4월 누계실적(4억5500만달러)대비 대구 14%, 경북25%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올 4월 현재 대구는 2억5000만 달러, 경북이 1억24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보였다.
화섬, 면교직물과 메모리섬유가 전년대비 수출이 급감하면서 이 같은 실적을 보이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ITY 싱글스판, 블랙직물, 박직물이 호조세를 보여 섬유산지 체면을 살렸다. 7월 들어 섬유산지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호조세를 보였던 이들 아이템들도 위태로울 전망이다.
환율까지 하락세로 돌아선 지금 산지 섬유기업들은 수출 감소, 설비노후도 등 3중고에 직면,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을 견인할 마케팅 창구지원도 변변치 못해 섬유산지 재도약은 요원하기만하다.
▶고개 꺾인 직물수출
대구경북이 나란히 추락세다. 7월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박직류, ITY 싱글스판까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수출 추락세는 가속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전년 대비 20%대 마이너스 성장도 예상이 가능하다.
버팀목인 블랙직물과 감량직물, 기능성 박직류 등이 비교적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산지 전체 물동량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4월 누계 대구경북 직물수출량은 월간 1억 야드 규모. 2만 대가 넘게 산지에 흩어져 있는 직기에다 중국을 비롯한 수입 직물을 감안하면 턱없는 물량이다. 그만큼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유휴설비가 많다는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심각한 설비 노후도
지난해 말 기준 산지 직기대수는 2만6500여대. 올 들어 신규도입보다 처분대수가 많아 직기대수는 더 줄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문제는 설비노후화다. 6월 현재 산지 전체 직기 중 10년 이상 된 노후설비가 80%대에 육박했다. 몇몇 업체가 100여대 안팎의 혁신 워터제트룸을 도입했지만 노후설비 비중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염색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10년~15년간 사용해 온 염색기 비중이 전체의 75%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날염기, 염색기(레피드,지거 등), 텐터 등은 직물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로 설비 노후화는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텐터는 2005년 기준 230여 대가 가동됐지만 지금은 200여 대 가동도 무리로 보인다. 그만큼 염색가공물량이 줄었다는 반증이자 페기처분 기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설비 노후화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는 섬유산지의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산지업계는 신 섬유 특별법과 지자체를 통해 설비개체 자금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하지만 자금 지원도 담보부족에 막혀 지원을 받지 못할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이래저래 설비 노후화는 대책이 요원하다. 특히 내년부터 5년간 1404억 원을 들여 추진될 슈퍼섬유 프로젝트는 구형 직기와 설비 노후도가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D와 마케팅의 활성화
지경부, 중기청 등을 통해 매년 연구개발자금이 지원되고 있지만 실속이 없다. 재도약을 눈앞에 둔 산지섬유산업이 이같이 절실한 자금을 방만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 이를 단속하고 감시, 평가해야할 해당 기관들도 대책이 없다.
사후관리라도 철저히 따른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이 마저도 겉치레로 지나쳐 버린다. 총체적인 문제들이 엉켜있는 양상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재도약을 꾀할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은 최대 이슈다. 섬유기업들에겐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1순위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아쉽게도 텍스타일 디자인 개발을 집중 지원하는 R&D과제는 흔치 않다. 산지에서 업계와 밀접해 있는 전략산업기획단이 나서 이를 해결해 봄직도 하지만 일상 업무에만 매달려 있다.
마케팅 지원도 아쉬운 부분이다. 수출과 내수를 지원하는 2개의 지원센터가 있지만 산지 업계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는 해외수출 거점 지역별로 유능한 에이전트를 발굴, 마케팅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주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산지에는 이러한 기능을 갖춘 지원기관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김영관 기자 ykkim@ayzau.com
사진:10년 이상된 직기가 80%에 이르는 등 섬유산지 대구지역 설비 노후도가 극심하다<사진은 제직라인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