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패션 소재개발 ‘자인섬유’가 앞장
변화하는 트렌드 원단개발로 극복
메모리(memory)섬유는 형상기억 원단이다.
최첨단 유행의 패션제품을 만들기 위한 섬유업계의 소재 개발 열기가 대단하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경량화 추세는 첨단에 또 다른 진화된 새로움을 요구받는다.
메모리 섬유로 만든 옷은 한 주먹 크기로 뭉쳐,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쳤을 때 처음 모양을 그대로 재현한다. 메모리 섬유가 마술을 부리는 본래의 장면이다. 몇 년 전 아웃도어용 기능성 의류소재로 공급된 이래 최근에는 패션의류에서 최고 위치를 점령하면서 다져지는 모습이다.
자인섬유(대표 서효수)는 대표적인 메모리 섬유 메이커다. 대구시 달서구 호림동에 위치하고 있는 자인은 끊임없는 개발과 혁신적인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한다. 규모는 작지만 좋은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남다른 노력이 돋보이는 미래가 밝은 기업이다.
섬유의 진화는 끝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개발과 함께 아웃 웨어용 소재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1세대 형상기억소재 ‘메탈 섬유’시대가 새로운 형상기억 소재로 발전했다. 경사나 위사에 금속사를 넣어 제직한 원단인 ‘메탈 섬유’는 자연스런 구김 발현과 함께 강렬한 색상이 특징이었다. 소재 특성상 아웃 웨어 용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인은 이러한 메모리 섬유의 가능성을 예감하면서 패션소재로 개발하고 전개했다. 미국을 비롯한 고급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패션시장으로도 일부 선보여졌다. 또 지난 2월 세계적인 패션소재박람회에서는 차세대 형상기억소재가 출현돼 더욱 상승세를 탔다. 깨끗하고 깔끔한 컬러의 ‘메모리 섬유’는 경량화와 기능성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차세대 형상기억
소재 메모리 섬유는 감성·기능성을 겸비했다. 기능성만 갖춘 메탈 섬유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만큼 멀티 의류소재로 업그레이드돼 최고급 패션시장에서 각인됐다.
자인의 시장은 유럽수출이 60%를 차지한다. 기타 일본·중국 시장의 고급 내수로 나눠지면서 수요창출에 성공했다. 메모리 섬유는 기존 PET직물에서는 발현이 안 되는 Wet-Soft Touch, 우아한 태 발현이 가능한데다 선·후염물 생산은 물론 방·발수 가공 등 다양한 후처리를 통해 고부가가치 섬유의 대표다.
서효수 사장은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패션 스트리트를 방문하거나 최고급 쇼핑 센터를 둘러보면서 아이디어를 낸다. 자인의 메모리 섬유가 버버리 제품에 적용된 것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구입했다. 쇼룸에 오는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직원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고가 시장에서 메모리 섬유가 불이 붙으면서 국내 브랜드업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 가을에도 내년 봄에도 새로운 얼굴의 메모리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고 여기에 에코를 내세운 또 다른 첨단의 소재도 부각될 것임을 예고했다.
자인은 해마다, 시즌마다 다양한 섬유를 개발하고 있지만 쇼룸은 정돈된 이미지다. 서 사장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처럼 단정하고 깔끔하다. 같은 메모리 섬유라도 시즌별 행거를 달리 한다. 시즌이 무엇보다 중요한 패션상품을 재고상품과 같이 배치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섬유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서 사장은 “메모리 섬유가 오래도록 고가품으로 전개되기를 희망한다”고 전제하고 “일부업체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다”면서 무조건적인 카피와 가격파괴를 우려했다. “똑같은 원단을 카피해서 가격을 낮추기 보다 더 좋게 업그레이드해서 더 비싸게 받으면 우리나라 섬유업계는 단번에 세계 톱 메이커로 떠올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산은 같은 메모리라도 20불대를 호가하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섬유사업은 안 된다는 위험한 발상은 버려야 한다”면서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분명히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섬유는 발품을 판만큼 돌아오게 돼 있다면서 게으른 사람은 섬유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섬유와 함께 다가올 시대는 자연 섬유 대세를 예감하고 또 다른 개발에 매진 중인 자인의 행보가 바빠 보였다.
/김임순 기자 sk@ayzau.com
사진:자인의 메모리 섬유가 적용된 버버리 트렌치 코트(左)와 자인섬유 쇼룸 전경(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