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오닐 ‘밤의로의 긴 여로’ 무대의상 빛난다

박항치 디자이너, 20세기 초 무드 재현 탁월

2011-12-14     이영희 기자


최고 ‘희곡·연출·배우·디자이너’ 화제

한국을 대표하는 박항치 디자이너가 유진 오닐의 화제작 ‘밤으로의 긴 여로’ 무대의상을 디자인해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오는 18일부터 10월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질 ‘밤으로의 긴 여로’에 박항치 디자이너는 20세기 초의 트렌드에 충실하면서도 낭만적이며 도회적 분위기의 의상을 제작해 시대적 재현력과 극의 묘미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작가인 유진 오닐의 자전적 희곡인 이 작품은 한국의 대표 연출가 임영웅이 연출했으며 손숙, 김명수, 최광일, 김석훈, 서은경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 벌써부터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1912년 어느 여름날 아일랜드 해안마을의 별장에서 하루동안 일어난 어느 가족의 어두운 가족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디자이너 박항치도 애정을 갖고 있는만큼 극중 인물들과 시대적 배경에 부합한 의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져졌다.


동 시대 배경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캐서린 햅번이 출연한 동일 원작의 영화에서도 충분히 보여진 실루엣과 디테일을 중심으로 의상의 영감과 재현에 충실했다.


20세기 초 유럽을 중심으로 퍼진 ‘아름다운시대’의 상징인 레이스와 프릴을 사용한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 드레스로 기본 실루엣의 틀을 잡았다. 허리라인은 꼭 맞고 플레어된 스커트, 목 높이까지 턱을 잡은 터틀 카라에 카메오 장식, 이중 러플 슬리브 등 낭만적인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남자 배우들은 4버튼 혹은 5버튼 자켓에 허리는 2턱이지만 밑단은 슬림한 바지로 현대화되지 않은 1910년대의 영국패션을 참고해 제작했다. 소재는 쿨울을 중심으로 사용했고 스트라이프 패턴의 액센트와 모든 배우가 다른 형태의 베스트를 이너로 입어 무대에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게 했다.


여름용 중절모인 파나마햇을 씌워 적절하게 여름 분위기를 살리고 틀이 잡힌 기본형 넥타이 대신 보우타이나 스카프 모양의 네커치프로 캐주얼한 멋을 연출했다.


박항치 디자이너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작품활동을 맹렬히 해 오고 있다. 숨가쁜 일정속에서도 매년 굵직 굵직한 유명작품이 무대에 올려질 때마다 무대의상을 제작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박항치디자이너의 의상에는 항상 이러한 예술가적 DNA가 발휘한 숨은 열정을 느끼게 한다.


유명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열연하고 싶은 작품으로 유명한 ‘밤으로의 긴 여로’는 최고의 희곡과 연출가, 배우는 물론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나 무대에 올려진 만큼 연극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올 가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