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김우찬 윈텍스 대표 - 상해 인터텍스타일 전시회 참관기

데님에 대한 소고

2012-05-25     김임순 기자

상해 인터텍스타일이 지난 달 20일 바이어 데이를 시작으로 23일까지 ‘상해 NEW INTL EXPO CENTRE’에서 성료됐다.

매년 성황리에 열리는 이 행사는 올해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섬유 관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난해 30여 개국에서 2500여개 업체가 참가하고 85개국 5만 여명이 관람한 것만 보아도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섬유 전시회라 할 수 있다. 상해 전시회는 ‘이제 파리 PV와 견줄만한 위치에 올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비즈니스와 관련된 인디고 데님 부분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더 이상 트렌드는 필요하지 않다’였다. 예전의 링데님, OE데님, 슬러브데님, 블랙데님, 스판데님, 컬러데님 등 시즌 별로 각 데님 회사가 트랜드를 예상 혹은 선점해 그에 맞는 신제품을 제안했지만, 이제는 어떤 품목이든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 주겠다는 각 업체의 의지가 느껴졌다. 브랜드나 생산 업체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자유로운 기획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종전의 억지로 짜 맞추는 기획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상상 할 수 있으면 데님으로 어떤 옷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적극적으로 전시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광동과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의 등장은 새로운 데님 시장의 판도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한국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던 산동지역 업체들의 가격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같은 가격 대비 비즈니스 마인드와 퀄리티는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자연 친화를 상징하는 오가닉 데님을 비롯해 텐셀과 피마코튼, T-400, XLA를 소재로 만든 데님은 물론 4WAY 스판 데님과 LOOSEN WEAVE DENIM까지 현재 데님에 적용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채용한 제품을 생산, 선보였다. 애석하게도 데님 부분에 국내 업체는 한 업체도 참가하지 않았다. 과거, 태창기업의 후신인 TCE CORP가 베트남에 공장이 있는 관계로 베트남 업체로 참가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일본의 가이하라와 구라보가 아직도 머리 꼿꼿이 세우고 영업하는 것을 보면 한 때 6개 업체 달하던 우리나라 데님 업체가 이젠 2개 업체 밖에 남아있지 않은 현실과 비교하여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 자국 내에서 원단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데님공장 쇠락은 아쉬움이 많다. 우리보다 비싼 임금과 불리한 여건임에도 꿋꿋이 회사를 지탱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계속적인 개발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대한 준비가 있었기에 그들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CONE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겨 자신의 명성을 그대로 잇고 있는 것과 터키의 ISKO가 자국 생산과 OEM 생산으로 가격적인 격차를 두고 판매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운영의 묘는 우리가 마땅히 배워야 할 부분이다. 데님은 제품 특성상 출고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공장을 나가게 된다. 어떤 모양의 바지나 자켓이 되느냐는 다른 원단과 비슷한 길을 걷지만 최종 단계에서 데님은 워싱과 워싱 후가공(샌드, 부러쉬, 성형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된다. 그러한 무궁무진한 변신의 가능성이 데님의 매력이다. 우리의 데님 봉제 기술과 워싱 기술은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 최고의 실력이다. 요즘 그 최고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원단은 애석하게도 외국 원단이 대부분이다. 전방과 쌍마가 한국 데님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지만 양적으로 절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TCE CORP이 내년부터 그동안 생산해오던 베트남 공장 시설이 아닌 한국에서 옮겨간 시설과 한국 기술로 데님을 생산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최초로 데님을 생산했던 그 도전을 다시 한 번 기대하게 한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조선말 국수주의를 표방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방법이야 어떻든 우리가 지닌 창조적인 생각과 기술을 잘 아우르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데님이 지니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기존의 판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전시회 참관 후,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생각했다. ‘백 만 원이 넘는 외산 청바지를 능가하는 국산 청바지, 과연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