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패션업계 ‘신종플루’에 무방비
‘핵심 고용 산업’ 감염 치명타
2012-06-29 정기창 기자
한국의류산업협회 김모 팀장은 주말에 약한 감기 기운이 있어 지난 9일 출근 전 병원을 찾았다. 신종플루 검사를 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 완치 판정이 날 때까지 협회에는 출근하지 않는다. 집에는 면역에 가장 취약한 유아가 있어 2차 감염을 우려, 아예 고향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신종플루 심각단계 대응 9대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업계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는 이달 들어 향후 3~5주간을 판데믹(세계적 대유행) 최대 고비로 보고 이미 지난 4일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심각(Red)’으로 상향 조정했다.
섬유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가 높은 우리나라 주요 고용산업으로 생산, 고용, 업체수 비중이 높은 핵심산업이다. 2007년 말 현재 전체 업체수의 14.1%, 고용의 8.7%, 생산액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여타 산업보다 높은 수준의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각 기업체에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하지 않은 상태이며 내부적으로도 대부분 각자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섬산련 관계자는 “아직 협회 내부에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는 가족 중에 일부 감염 사례가 있는 것만 파악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기업들은 사내에 손세정제 등을 비치하는 소극적 예방에 그치거나 아예 개인 판단에 의존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단계별 대응 수칙이나 회사차원의 적극적 예방은 거의 전무한 실정.
금강, 소다, 탠디 등 제화·잡화 업체들은 대부분 사내 손소독제만 비치한 상태이며 따로 회사 차원의 단계별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정은 지침을 마련중이나 현재 별다른 준비는 돼 있지 않고 세정과미래, 인디에프 등은 회사별 차이는 있으나 화장실과 출입구, 엘리베이터 등에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있다. 세아상역은 사내에 손세정제를 구비하고 출입구에 손씻기 캠페인을 고지하는 수준. 따라서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아예 관련 대책이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의지로 체계적 대응을 하고 있는 곳들도 눈에 띈다. 뱅뱅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알려오고 현재 각 매장에 주의 사항 공문을 발송했으며 구체적 대책을 마련 중 이라고 밝혔다. 남영비비안은 층마다 손소독제, 1층과 총무팀에는 체온계 비치, 1층에서 의심증상 있을 경우 마스크착용, 확진 판명시 5~7일간 일주일 유급휴가를 주고 있다.
트라이브랜즈는 인사총무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가족과 동거인이 의심환자일 경우 검사할 수 있도록 회사차원에서 조치하고 확진 시 5~7일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이 회사는 현재 직원들 자녀 다수에 감염 사례가 나타나 비교적 높은 강도의 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중견, 대기업들은 환자 발병 시 한 개 층을 소개하거나 공장의 경우 라인을 정지시키는 강력한 대응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한편 노동부는 사업장에서 활용 가능한 업무지속계획(BCP) 수립 매뉴얼을 내놓고 업체들이 관련 기준을 확인·점검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