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아이티’를 주목한다
美 관세 특혜·싼 인건비 투자 요인
열악한 인프라·낮은 생산성은 발목
연초부터 대규모 아이티 투자 발표를 계기로 세아상역의 글로벌 경영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특히 2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버티컬 라인 생산 기지 구축에 이어 아이티에서도 원단 및 나염, 봉제, 세탁 공장 등 독자 생산이 가능한 일관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어서 對美 수출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세아상역 고문으로 참여한 론 가우드(Lon Garwood)는 “아이티 섬유단지 조성을 통해 주요 거래처들이 위치한 미국과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생산기지
를 확보하게 됐다”며 “대미 의류 수출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통해 얻게 되는 수출단가 인하 효과로 더욱 많은 오더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아이티 일까? 아이티는 08년 기준 인구 900만 명,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2만9543㎢) 보다 약간 작은 2만7750㎢ 크기의 중남미 최빈국이다.
한국업체들이 진출한 소나피 공단이 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구는 약 300만 명으로 봉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산업 기반이 없어 유휴 인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싼 장점이 있다. 중남미 국가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진 과테말라는 이미 많은 한국 업체들이 나가 있어 추가 진출 여력이 크지 않고 니카라과는 쿼터 제한에 적은 인구와 높은 임금, 좌파 성향이 강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티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국무부와 클린턴재단, 국제개발은행(IDB) 등 유관 기관을 동원해 아이티 경제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고 이 곳에서 수입하는 의류 제품에 대해 관세 면제를 비롯한 다양한 특혜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에는 10여 개 이상의 한국 업체들이 현지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아이티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2~3년 전만해도 60달러 선이었던 인건비가 작년에는 110달러까지 오르는 등 진출 기업들의 생산 코스트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은 유의해서 살펴볼 부분이다.
게다가 낮은 생산성, 열악한 도로 및 항만, 전력 사정 등도 현지 진출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 진출한 업체들은 인도네시아와 비교할 경우 통상적으로 생산성이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지 업체 관계자는 “베이직한 오더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성이 오르지만 라인이 바뀌면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는 등 기능인력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치안과 정치가 불안정하고 과거 프랑스 지배 식민지 경험이 있어 인센티브制 같은 서구식 능률 주의가 잘 먹히지 않는 단점도 있다.
또 자체적으로 원단과 부자재 조달이 불가능하고 물류 이동 역시 어려워 결국 버티컬 시스템이 아니면 원활한 생산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세아상역이 일관 공정을 세우게 된 배경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