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 봉제 업계 좌담회 - “봉제, 옷을 보는 안목부터 길러라!”
현장에 실질적 도움 주는 정책 개발 절실
2012-07-20 패션부
“봉제공장 일감 하청받아 자식들 대학 보내고 훌륭한 가정 꾸리는 곳 많아”
#서울시 중랑구에 있는 한 봉제 기업 공장. 이 곳 지하 공장에 들어서면 13명의 생산직 사원들이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며 원단을 자르고 미싱을 돌리는 봉제 작업에 여념이 없다. 퇴근할 때까지 동료간 말 한마디 없이 일에만 몰두하는 이 곳은 국내 우의 시장 1위 기업인 태광산업의 봉제 작업장이다. 이들 13명 중 11명은 지체 장애인들이다.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 업체인 우진어패럴. 여기도 12명의 생산직 인력 중 7명이 청각장애인이다. 처음 한 명을 고용할 때는 장애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채용을 꺼렸으나 이들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집중력이 높아 작업 효율이 높다. 의류봉제지원센터 차경남 본부장은 “우진어패럴 경우처럼 봉제는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 취업과 매출액 대비 인력 고용이 높은 산업”이라며 “이들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를 비롯, 서울시, 각 지자체들이 취약계층 자립과 인적자원 흡수가 용이하다는 점을 들어 최근 봉제 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의류·봉제 산업 재도약을 위해 서울의 주요 거점인 종로구, 중랑구, 성동구에 패션지원센터를 조성해 지역내 봉제업체들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성북구가 봉제혁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으로 향후 3년간 매년 4억5000만 원씩 지원받아 봉제 산업을 육성하는 RIS사업에 선정됐다. 동대문에 수천억 원을 들여 건설 중인 첨단의류기술센터 역시 봉제 산업 육성이 핵심 골자다. 그러나 이들 정부 및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지원 대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반쪽자리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되살아나는 봉제 산업 기반 활성화를 발목 잡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현장과 정책적 지원이 따로 노는 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정기창 기자 kcjung100@ayzau.com
서현일 기자 hiseo@ayzau.com
좌담회 참석자 명단
차경남 SSMG 대표이사
김성주 서울산업통상진흥원 과장
유문열 아이템 사장
장종문 우진어패럴 사장
김광희 이삭어패럴 사장
조 선 대경산업 사장
“현장 목소리 들어달라”
▶차 대표 : 학원과 현장간 대화가 차단된 게 문젭니다. 학원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어요. 정부에서 1인당 교육비를 지원 받으니까 일단 명목상으로 가르치기만 할 뿐이죠. 정 안되면 교육기관들이 아예 공장을 만들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장님들이 강사로 참여해 실질적인 교육을 시켜도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김광희 이삭 사장(이하 김 사장) : 저한테는 학원도 생소한데요. 학원 교육생들을 써 본 적도 없고…봉제를 지원한다는 단체와 서울시가 일관성 없이 너무 따로 놉니다. 지원을 요청하면 6하 원칙만 너무 따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시는 너무 디자인만 강조해서 현장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봉제를 가르치는 건 어떨까요? 사출, 금형은 전문 공고까지 있는데 왜 봉제는 없는지 모르겠어요. 사람 부족한 건 결국 국가 정책상 문제가 아닌가요. (서울형 사회적 기업인 SSMG 박성환 기획실장은 실무를 맡는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직업 교육이 명목은 취업인데 수강생들이 목적의식 없이 ‘해보고 안되면 말고’ 식으로 배운다. 인천의 금형공단에 가보면 기술교육시 교육기관과 업체가 사전 협의해서 현장 실습 위주로 실시하고 교육이 끝나면 이들이 현장으로 다시 되돌아 가도록 만든다. 아는 게 현장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 봉제는 현장을 모른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그러다보니 교육이 겉돌게 되고 직업 훈련이 마치 취미교실화 되고 만다. 일전에 목격한 사례를 보면 노라노(패션학원)에서 6개월 교육받은 학생이 그 경력을 바탕으로 동사무소 강사를 하더라. 그 다음에는 노동부 교육을 이수하고 백화점 문화교육 강사로 취업했다. 소수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한 번은 직업학교 교수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교육생들을 100일 교육기간이면 90일을 강의실에 잡아 둔다더라. 교육을 위한 교육이다.”)▶유 사장 : 학원과 현장을 묶어야 돼요. 교육생은 취업이 목적이잖아요. 사회복지 단체에서는 3개월 교육시키고 공장서 1주일간 미싱 교육만 하고 끝나더군요.
-정부 지원만 강조하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봅니다. 외부에서는 3D 업종으로 기피하는데 일선에 있는 사장님들은 어떻게 느끼십니까? 공장 얘기를 해 봤으면 좋겠는데. ▶유 사장 : 우리 직원들은 보통 9시에 일을 시작해요. 사람이 없어 아르바이트나 다문화가정, 산업연수생들도 있습니다. 공장 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다문화 가정은 보통 4시에 퇴근하고 순차적으로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들은 6시, 나머지는 9시에 퇴근합니다. 객공들은 12시에 퇴근해요. 우리 공장에 올해 25세 된 여직원이 있는데 이 분은 전문대 나와서 아르바이트 하다가 지금은 미싱을 배우겠다고 정식으로 취업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희망이 없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여기는 4년만 고생하면 돼요. 외부에서는 우리 공장을 ‘UN본부’라고 불러요.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 등 5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니까. 언어요? 문제 없습니다. 그래도 4년 이상들 되니까(반드시 한국어는 아니더라도) 모두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합니다. ▶장종문 우진어패럴 사장(이하 장 사장) : 타직종에 비해 근로시간이 긴 건 사실입니다. 일요일, 여름휴가, 명절 빼면 쉬는 날이 없죠. 그래도 우리 같은 공장이 있어서 애 낳아 대학 보내고 훌륭한 가정을 꾸리는 분들도 많아요. 우리 공장 하청 하시는 분 중에 부천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일감을 가지러 오는 사장님이 있는데 이 분이 부인이랑 둘이서 10년 넘게 우리 공장 일을 해주고 있어요. 이 일해서 지금은 애들 대학도 다 보냈어요. 힘이 닿을 때까지 일하니까 퇴직 걱정도 없이 열심히 일하십니다.A급 기술자 되면 월급 무의미
▶유 사장 : 우리 공장은 숙녀복을 하는데 27명이 일하고 있어요. 보름 단위로 3500~4000만 원을 결재하는데 어음도 안 쓰고 모두 현금으로 줘요. 선입견이 문제죠. 먼지 나는 지하 작업장 같은…하지만 시설이 개선된 곳도 많습니다. 단지 일감이 없다는 게 문제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유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