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 지역경제 중심 재조명
가내수공업 하청업자, 근린 생활권 기초 기반
2012-07-20 패션부
한국 봉제 산업이 인력 고용 창출과 생활 기반이 미약한 취약계층 버팀목 역할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중랑구 및 성북구, 동대문구 등 봉제업체들이 밀집한 봉제 벨트에는 5~10명 규모의 공장을 정점으로 일명 ‘낱일’을 받는 소규모 가내수공업자들과 세탁소, 식당, 문구점 등 근린생활 시설들이 공생관계를 맺으며 소규모 지역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단위 경제를 활성화 할 경우 사회적 복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취약계층 삶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누존, 청평화시장 등에 숙녀복 바지를 납품하는 진명사는 생산인력이 4명에 불과한 소규모 공장. 그러나 이 곳에서 낱일을 받는 가내수공업자들은 6개 팀이나 된다. 대부분 팀은 부부가 함께 일을 하므로 영세 봉제 공장 한 곳이 부양하는 가족 숫자는 줄잡아 30명(1가구당 4인 기준)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 사회적 인식과 달리 이들의 월 평균 수입은 최소한 500~ 1000만 원대로 비교적 고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사 강만성 사장은 “이 지역 공장들은 대부분 규모와 상관없이 최소한 2~3팀의 낱일 업자들과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자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 및 단체들에 제대로 전달돼야 올바른 회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경남 사장은 “현장과 정책 결정권자들간 대화 단절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직접 이 곳에 나와서 눈으로 보고 실제 필요한 게 뭔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신동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김광희 이삭어패럴 사장은 “모두들 패션과 디자인만 강조한다. 그러나 봉제 공장이 없으면 무슨 수로 옷을 만들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의류산업협회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국내 봉제업체의 60%가 집중돼 있고 특히 중랑구(450개), 성북구(433), 종로구(309), 동대문구(303), 중구(296) 등지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비교적 규모를 갖춘 업체들 위주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차경남 사장은 “창신 1, 2, 3동 일대에만 이런 영세 공장들이 3000여 곳에 이른다”며 “수천 개 빌라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창신동만 보더라도 건물당 최소한 2개씩은 봉제 관련 일을 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봉제 공장 사장들은 “직접 나와 보고 이런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창 기자 kcjung100@ayzau.com
서현일 기자 hiseo@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