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기업 ‘고임금이 무섭다’

올해 들어 4번째 인상 있을 듯

2012-08-10     서현일
베트남 인건비가 다시 한 번 상승할 것으로 보여 수출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하노이, 호치민 등 1지역 기준 국내와 외국투자기업이 각각 135만 동, 155만 동(8월8일 현재 미국달러 기준 65.61달러, 75.33달러)으로 지난 6월 지역조정으로 인해 확정된 금액이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 노동부는 이도 모자란다고 판단해 지난달 2일(현지시간) 내년 1분기에 계획된 최저임금 인상안을 올 10월에 적용하자고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의안이 통과된다면 연초와 4월, 6월에 이은 네 번째 인상으로 외투업체나 내수업체 모두 1지역 기준 최저임금이 190만 동(92.35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수치상으로는 올해 5번째 인상도 가능한 셈. 아직 건의안이 정식으로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인상을 확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베트남 소싱을 진행 중인 대다수 국내 수출업체들은 다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리무역 장춘복 부사장은 “최저임금이 다시 한 번 상승하면 특근수당까지 더해 인당 150~200달러에 육박하는 인건비가 소모된다”며 “1년에 2, 3번씩 20~25% 폭으로 상승해대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베트남 인건비 상승여파가 주변 국가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윌비스 임민수 상무는 “루피화 평가절상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업체들 중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베트남 임금 인상이 인근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태평양물산은 보다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회사 해외전략팀 박근혁 과장은 “현재 베트남은 개도국 이상으로 도약하는 시기”라며 “여기서 성장이 멈추는지, 아니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한국모델로 갈 것인지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생산혁신본부 이규백 이사는 “올해를 터닝포인트로 2, 3년 내 베트남 성장의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라 본다”며 “때문에 현재 해외법인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반면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현지화(localization)에 강한 한국기업 특성상 큰 영향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 김상률 팀장은 “미국 달러를 받아 동화로 급여를 주기 때문에 동화가치가 평가절하된 현재 상황에서는 막대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업체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오른 만큼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생산성을 뽑아내기 위해 현지공장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트남은 중국과 달리 인건비 상승과 관련해 외국투자기업이 빠지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베트남 정부는 중국 내 외투기업이 빠지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20%대 인건비 상승률이 지속적인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지난 2월 자국 동화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