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업체 양성화·환경개선 의지 고무’ 일석이조

서울시 작업환경개선사업, 현장으로 가는 행정

2012-10-14     정기창 기자

“환풍기, 흡입기 같은 설비는 봉제공장 필요 1순위 항목들입니다. 작은 업체들이 자비를 들여 이런 설비를 교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작업장 환경이 나아지면 생산 효율이 높아져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이상원 이지 대표는 작년에 작업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시 지원을 받아 기계에서 나오는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입기와 공장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환풍기를 교체했다. 이 사장은 “마침 시설 교체를 하려던 차에 서울시 지원 사업을 알고 신청해 덕을 봤다”며 만족해 했다.

서울시는 작년에 작업환경개선사업으로 지역내 51개 공장의 노후 환경 설비를 교체해 줬다. 올해는 86곳으로 지원 대상을 늘리고 금액도 2억21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시는 한 곳당 최대 300만원(부가세 포함)을 지원하며 공장은 총 지원 금액의 10%만 부담하면 되는 사업이다.

올해는 10월 한달 동안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설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실사를 하고 11월에 실제 시설 교체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2일 현장 실사를 위해 창신동 현장에 나온 민선숙 서울시 문화산업정책팀장은 “서류 심사를 거쳐 적격업체를 선정하지만 올해는 사업자 등록증이 있고 자격미비 사항만 없으면 거의 대부분 지원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첫 실사 업체인 믿음사의 공장 내부. 실무 작업을 맡고 있는 김성주 동대문패션지원센터 과장은 작업장 내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홍재덕 사장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재단판이 어두워 등(조명) 교체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공장까지 와서 살펴봐 주시니 너무나 감사하죠.” 홍 사장은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작업환경지원 사업은 말처럼 단순한 환경개선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허가 업체들이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업체들 스스로도 개선된 환경을 유지하는 노력을 북돋워 주는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

이상원 대표는 “작업 환경은 설비가 노후되면 또다시 교체해야 하는데 아무리 영세한 공장이라도 더 나쁜 환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처음엔 정부 지원을 받지만 다음에는 공장 사장 스스로 자비를 들여서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시 민 팀장 역시 “환경개선 목적 외에 이 같은 지원을 통해 무허가 공장들을 등록증을 가진 업체로 양성화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봉제 공장 업주들도 힘을 얻고 있다. 서울형 사회적 기업인 SSMG 차경남 사장은 “서울시가 현장에 나와 직접 봉제 공장들을 챙겨준 건 시정 역사상 처음 아니냐. 지역 공장 사장들 호응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로사항도 있다. 200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는 2만222개의 봉제 공장이 있다. 09년 한국의류산업협회에서 이를 다시 전수 조사한 결과 많은 업체들이 사실상 폐업하거나 영업 중단인 곳이 많아 실제로는 약 1만800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통상적으로 이중 10% 정도만 사업자 등록증을 갖고 있고 직원 5인 이하의 영세 공장은 67%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원이 필요한 영세 공장들을 분류하기 어려워 계획적인 정책 집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진:종로구 창신동의 믿음사 공장. 홍재덕 사장은 서울시 작업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어두운 조명을 밝게 교체하고 전기배선 개선 등의 지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