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추계 서울패션위크 최종점검 - ‘글로벌 교역場’ 정체성·일관성 뚜렷해야

패션 Hot People - 서울패션위크에 바란다 “나도 한마디”

2012-11-15     김송이

‘비즈니스·종합예술’ 충족 요구돼
▶서울컬렉션 디자이너 장광효(카루소)

몇 해째 서울컬렉션 남성복의 피날레를 도맡고 있지만 이번 2011년 추계 서울패션위크는 긴장감이 더 했다. 남성복에 이어 여성복 쇼가 열렸던 여느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여성복이 먼저 진행돼 남성복 마지막 쇼가 서울패션위크 전체를 마무리 짓게 됐기 때문이다.

평소 브랜드와 무관한 셀러브리티를 초청하는 과열된 스타마케팅을 지양했는데, 이번에는 친분이 있는 남성 그룹 인피니트를 초대하고 멤버 중 엘과 성열이 모델로 무대에 올랐다.

브랜드의 쇼이자 엔터테인먼트로써도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바이어와 프레스를 포함한 수 천 명의 관객이 쇼에 몰입을 하고, 쇼가 끝난 뒤에는 기대감을 갖고 다음 시즌 서울패션위크를 찾는다. 비즈니스와 종합예술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이 된다. 그것은 아주 다른 성격의 일이면서도 런웨이 위 한 점에서 귀결된다.

디자이너 한 사람의 쇼뿐만 아니라 서울패션위크라는 큰 행사 역시 여러 목적이 상충되고 부딪치고 있다. ‘실질적인 비즈니스’와 ‘신진 디자이너 육성’, ‘바이어와 프레스를 위한 전문적 행사’와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난 한국 패션의 대중화’ 등 여러 목적을 내걸고 진행되는 서울패션위크가 보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패션위크 컨텐츠 재가공 필요”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

문화계간지 스펙트럼 에디터, 신세계백화점 남성 편집매장 맨온더분 저널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상업 광고의 스타일리스트와 CD 활동과 서울 스트리트 패션 사진도 촬영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엠비오’ 컬렉션과 준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주목하고 있는 디자이너 쇼를 관람하기 위해 찾았다.

‘지 초이’로 브랜드 네임을 바꾸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최지형, 스티브J&요니P의 쇼도 어느 때보다 완성도가 높았다. 또한 서울패션위크가 행정 및 시스템에서 점차 개선되는 것을 체감했고 인디 디자이너들을 서포트 하려는 의지가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좋은 컬렉션과 서울 패션에 대해 ‘외국인들이 외국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콘텐츠, 웹사이트가 더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뜻밖에도 이번 패션위크에 온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외국에서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서울 패션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플래쉬 기반 웹사이트는 태블릿PC나 아이폰 등에서 보이지 않기도 한다. 정보를 재가공하여 보여주는 것이 개선된다면 외국 사람들이 더욱 한국 패션에 관심 가질 수 있으리라 본다.

단계적 인큐베이팅 성과 머지 않아
▶패션 테이크오프 김선호(그라운드웨이브)

패션 테이크오프에 두 번째 참가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모델과 쇼장 일체가 제공되지만 패션 테이크오프는 서울패션위크 메인 컬렉션과 쇼장 규모 외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단계적 인큐베이팅은 꼭 필요한 것이었는데, 메인 쇼의 경우 수 백, 수 천명 관객을 동원하고 진행할 부담이 큰 반면 패션 테이크오프는 객석이나 행사장이 컴팩트하게 구성돼 신진 디자이너에게는 한결 수월하다. 예전부터 관객 동원을 위한 인지도나 재량에서 풀 컬렉션을 전개할 여력이 없는 신진들이 서울컬렉션에서 일종의 벽에 부딪치게 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는 신진에게 적절한 쇼라고 생각한다.

컬렉션에 집중한 결과 실제로 지난 시즌부터 수주가 진행되고 있다. 즉각 바잉이 없더라도 교류를 계속하며 국내 디자이너들의 지속성을 평가받고 레이블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신진 디자이너로 디자인력과 마케팅, 소싱력 등 여러 부문의 역량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독특한 소재 개발 및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에 있는 소재를 갖고 경쟁하기보다는 한국 인디 브랜드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한지 코튼 등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소재를 개발해 제안해봤다.

감성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여러 방향으로 풀 수 있는 멋진 전통 소재들이 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한지에 코튼, 텐셀 등을 섞어 견뢰도를 높였더니 이너나 아우터 무엇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전통소재의 가능성이 보였다.

이색적 패션페어·PT쇼 주목
▶서울 패션페어 박미선(기어3바이샌)

기계적 요소를 모티브로 변형 가능한 디자인의 백을 제안하는 ‘기어3바이샌’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으로 서울패션페어 프레젠테이션 쇼에 3회 째 참가했는데, 이번 쇼의 기획은 지난 서울패션위크가 끝나기 전부터 시작됐다. 그만큼 많은 준비와 고민을 했다.

지난 여름쯤 가까운 친구이자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인 백두리작가와 ‘GEAR3 MEET PROJECT’라는 협업에 관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백작가가 ‘기어3’에서 받은 영감, 여행이라는 이번시즌 컨셉을 토대로 재미있는 아트웍을 주었고 그것을 패턴화시키고 프린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방에 적용시켰다.

그러다 이러한 아트웍을 가방뿐 아니라 쇼에도 적용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서 쇼의 컨셉이 더 뚜렷해지고 이야기가 풍성해졌다. 매 쇼의 영상을 만들어줬던 친구들과 음악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좀 더 완성도 높은 쇼가 될 수 있었다.

서울패션페어는 페어부스의 퀼리티와 구조가 좋아졌고,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 하지만 PT쇼는 다른 쇼에 비해 규모만 작을 뿐 구분이 모호하다. 비즈니스도 홍보도 어중간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어 보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서울패션페어 이후에는 독일로 진출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빠르면 다음 시즌, 브랜드와 컨세비 잘 맞는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며 에이전시도 찾아보고 있다. 독일과 브랜드감성이 잘 맞는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저번 시즌 처음 시작했던 협업프로젝트 ‘GEAR3 MEET PROJECT’를 여러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글로벌·트렌디한 패션 이벤트 돼야”
▶컬처 미디에이터 배정현

지난달 영국 이스트 런던에 있는 라 스카톨라 갤러리에서 서울의 동시대 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마이쇼핑백 서울알레고리 2011’을 마치고 왔다. 이전에 에디터 혹은 편집인으로 찾았던 서울패션위크에,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컬처 미디에이터’라는 직함으로 방문했다.

예전부터 친분이 있는 몇 지인들의 쇼를 관람했고 무척 흥미로웠다. 하지만 서울패션위크라는 행사가 패션 컨텐츠로 얼마만큼의 의미와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이라고 본다.

하지만 열기가 뜨겁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뭔가 해내려고 하는 이 분위기가 대단하다. 일간지나 전문지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에도 서울패션위크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에 정말로 바이어와 프레스가 찾아오고 패션위크의 본래 목적을 수행하게 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뭔가 이뤄낼 때 까지 참을성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

한국 패션의 역사는 짧다. 그렇기에 패션위크를 통해 옷이 아니라 문화와 감성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문화와 패션을 알리는 글로벌한 프로젝트로써 참신한 컨텐츠를 구성해 접근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우선 학여울역 SETEC이라는 한정된 장소를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는 고궁 등 서울 곳곳에 무궁무진하다. 글로벌하면서도 트렌디한 장소가 섭외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