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주민, 옷 사러 수도권에

10명중 4명 “쇼핑은 역시 서울”

2012-11-15     기영주

지방주민들 “수도권 쇼핑 원정”
‘서비스·제품 다양성’ 부족 원인

광주에 사는 30대 A씨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KTX를 탄다. 바로 서울의 백화점 명품관을 둘러보거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옷을 사기 위해서다. A씨는 “트렌드를 살펴볼 겸 열차표를 끊게 된다”며 “지방에서 찾기 힘든 고급브랜드나 다양한 디자인들이 많기 때문”라고 말한다.

대구에 사는 20대 대학생 B씨는 일주일 한 번씩 꼭 서울을 찾는다. “공연과 기획 분야에 관심이 많은데 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려면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다”라는 것이다. B씨는 또 “뮤지컬이나 대형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도 찾게된다”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지방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쇼핑, 특히 절반 이상은 ‘옷을 사기 위해’ 서울을 찾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이외 거주자 510명을 대상으로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4%가 지난 1년 동안 수도권 지역에서 소비한 경험이 있으며 그 중 의류와 패션용품(54%)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걸로 나타났다. 이어 문화·레저(26.5%), 외식·숙박(19%), 건강·의료(18%), 교육(14.2%) 등의 이유로 서울로 발걸음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50대 모두 ‘의류·패션용품’에 가장 많은 돈을 썼고 60대 이상은 ‘건강용품·의료’(42.6%) 분야에 지출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소비 횟수는 매월 1회(30.3%)가 대부분으로, 3개월에 1회(27.5%), 6개월에 1회(14.7%), 연간 1회(13.3%), 보름에 1회(9.5%), 주당 1회 이상(4.7%) 순이었다. 총지출과 비교해서 수도권 소비 지출은 평균 9.9%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20대(52.1%), 호남권(55.4%), 월평균 수입 500만원 이상 고소득자(76.6%)가 수도권 지역에서 소비를 활발히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정보화와 생활패턴 변화로 소비자요구도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지방의 소비 여건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며 “고급 쇼핑, 문화 생활, 교육·의료분야에서 지방 주민은 수도권을 찾아 지출을 많이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소비 지출의 이유는 ‘지방제품·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거나’(48.8%), ‘지방에 원하는 것이 없어서’(2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방 주민들은 수도권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복수 응답)으로 ‘교육업’(47.3%)과 ‘의료업’(4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관광업’(30.6%), ‘외식업’(23.5%), ‘도·소매업’(20.2%), ‘금융업’(10.2%)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 과제로는 ‘기업투자 확대를 통한 지역 고용 및 소득 증대’(38.4%), ‘교육·의료·문화 여건 개선’(27.5%), ‘지역상권 활성화 및 우수 브랜드 육성’(16.7%), ‘세제 지원 등 지역 내 소비촉진 대책 마련’(11.6%) 순으로 답했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소비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천인데 지방의 소비여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지방경제의 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지방 소비확대를 위해 소득과 고용증대는 물론, 서비스산업 육성, 소비여건 개선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