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리포트] 면화 가격 상승 전세계를 강타하다
아프리카에는 축복, 의류 생산에는 재앙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는 코튼 부족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원면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50%나 올랐다. 이는 면화 경작 농가에는 기회였지만 제조업자들에게는 의류 산업에서 수 천 개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영 압력으로 작용했다.
가나(Ghana) 농업협회(The Peasant Farmers’ Association) 아담 나쉬루(Adam Nashiru) 대표는 “중국과 미국의 면화 비축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 수요가 넘쳐남으로써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며 “우리는 매일 전세계에서 면화를 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 상승은 낮은 생산 비용을 지향하는 글로벌 패션업체들이 높은 원자재 비용과 원가 압력으로 시달리도록 만든 불운의 계기가 됐다. 급격한 가격 상승은 축복이자 어떤 면에서는 경악스러운 일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면화 가격 상승이 축복이었다. 농부들은 낮은 가격과 비효율적인 생산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이를 계기로 면화 재배량을 늘리게 됐다. 나루쉬는 “더 많은 농부들이 면화 경작에 나서고 있다”며 “가나의 어떤 지역에서 면화는 단 하나의 해외 수출 품목이며 이 지역 45% 농가가 면화 경작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 갔었는데 재고가 다시 확보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5~6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거물들이 면화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 개 국가의 축복은 다른 국가에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많은 중국 섬유회사들은 면화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문을 닫았고 근로자들은 실직을 당했다.
방글라데시에는 갭, 월마트, 리바이스 등에 수출하는 4000여 개의 의류 봉제 공장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적은 최저 임금을 받고 있고 면화 가격은 그들 일자리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 2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남아시아 상공회의소(South Asia Chamber of Commerce) 아니슐 허크(AnisulHuq)는 “지난 석달간 면화 가격 상승은 관련 산업을 쇼크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4~48일 사이에 유효한 가격으로 흥정을 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다음날 아침에 원단을 구매한다. 그러나 의류 제조업자들은 미리 3개월 치를 협상하므로 가격이 갑자기 변화되면 시장은 쇼크에 빠진다. 2달 전 폴로 셔츠 원단 가격을 1달러에 협상했지만 원사를 구매하러 시장에 갔을 때 가격은 이미 45~50% 올라 있었다”고 회고했다.
면화의 역사는 이집트 벽화를 통해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산업혁명과 미국에서 개발된 현대적인 조면기(cotton gin)의 발명으로 면화 소비가 촉진돼 왔다. 조면기가 개발되기 전 미국 남부에는 70만 명의 노예가 있었고 1850년에는 이 숫자가 350만 명으로 늘었다. 노예 노동력은 미국 면화 생산자들이 세계 어디에나 저가에 팔 수 있게 하는 원인이었다.
1860년대 미국 내전 당시 남부는 세계 면화 공급량의 2/3를 공급했다. 오늘날 면화는 세계 85개국에서 생산되지만 미국과 우즈베키스탄, 중국, 인도에서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전세계 면화 시장은 120억 달러를 형성하고 있고 과거 30년 간 아프리카 지역 공급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비록 합성섬유가 대체품목으로 떠올랐지만 면화는 지난 세기 동안 가장 광범위하게 쓰인 자연섬유로 앞으로도 대중성은 유지될 것이다.
/정리=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