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탓 유통 매출 급감
의류 업체 ‘최악’…명품만 승승장구
유통업체, 11월 매출 부진 심각
百 의류 구매단가 9만원 첫 돌파
15일 이상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으로 매출이 저조했던 올 11월은 유통 업체들에게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 이상기온으로 역신장을 기록했기 때문. 두 유통 업태가 함께 모두 마이너스 매출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대형마트는 이상기온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매출증가율이 10월 5.5%에서 11월에는 -0.5%로 반전을 보였다. 백화점 역시 겨울 아우터 등 의류부문이 판매 부진해 ‘사상 최악’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서도 느껴지듯, 0.5% 마이너스 신장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1월은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6~15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따뜻한 기온으로 겨울 외투에 대한 수요가 많이 감소해 의류 업체들의 매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캐주얼 업체 관계자는 “11월15일을 기점으로 11월 초반 매출은 정말 심각했다. 대책도 세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는 식품(2.2%) 매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군에서 마이너스 신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의류는 전달 3.2%에서 11월에 -8.4%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매출 하향을 보였다.
마트 관계자는 “지속된 고온현상으로 인해 패딩, 내의 등 계절상품들의 판매 부진이 극심해 매출이 저조했다”며 “기온이 따뜻하면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업계 통설이다”고 말했다.
백화점 역시 명품(13.5%), 식품(2.9%), 아동스포츠(1.7%)를 제외한 모든 상품군의 역신장이 두드러졌다. 특히 여성정장은 11.5%의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업계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여성 커리어 업체 관계자는 “정말 근근이 버텼다. 11월에는 우리뿐 아니라 경쟁 브랜드들도 상품 판매가 거의 되지 않아 울상이었다”고 전했다.
백화점 여성복 담당 바이어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조닝 내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가 전혀 없었다”면서 “힘든 정도가 아니라 대책을 세울만한 여지도 없어 답답했다”며 업계 내 매출 부진의 심각성을 전했다. 이 외에도 남성의류(-3.2%), 여성캐주얼(-1.0%), 잡화(-1.9%) 등의 매출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명품은 여전히 승승장구했다. 오히려 10월보다 2.6% 매출이 상승해 13.5%의 신장을 기록했다. ‘샤넬’, ‘루이비통’ 등 메이저 명품과 시계보석 상품군을 중심으로 매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백화점 상품군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업체들과 대조양상을 보였다.
스포츠 및 아웃도어 의류, 용품 등도 따뜻한 날씨로 인한 매출 감소를 피할 수는 없었다. 역신장을 보이진 않았지만 9월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15.0%→6.0%→1.7%)를 나타내며 매출 증가율이 둔화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한편, 11월 동안 1인당 구매단가는 대형마트가 0.5% 하락해 4만2961원을 기록했고, 백화점은 1.9% 증가해 9만417원을 나타냈다. 백화점의 1인당 구매단가가 9만 원대로 올라선 것은 유통업체 매출 통계 집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전년 동월대비 구매건수는 대형마트 0.1%, 백화점 -2.3%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