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중국복장협회 진대붕 부회장 - “문 열어 경쟁할 수 없다면 무능한 것이다”
개혁과 개방 정신으로 한·중 FTA 지지
중앙정부차원 산업용 섬유 개발 역량 집중
중국복장협회는 우리로 보자면 의류산업협회나 패션협회쯤 된다. 진대붕 부회장은 CHIC 홍보차 방한해 지난 16일 섬유센터에서 중국 패션산업 현황과 최근 패션산업 변화, 향후 미래 패션산업 전망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중은 올 상반기 중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돼 그 향방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고조되고 있다. 진 부회장을 만나 중국 업계 분위기와 중국 섬유 산업의 현황과 전망 등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가졌다. 그는 ‘끊임없는 개혁과 개방, 혁신과 발전’을 지속적인 화두로 올렸다.
-한·중 FTA가 양국간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중국의 섬유의류업체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중국 의류산업은 지난 30년간 기업개방으로 전세계 최대 생산 국가가 됐고 어떤 산업에도 문턱이 없는 시장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유무역의 방향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산업별로는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나 국가 무역정책 등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지요. 큰 틀에서 본다면 우리 섬유업계도 개방적 태도로 지지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민감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올 초 중국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산업용 섬유를 집중 육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산업용 섬유는 미국, 독일, 일본이 독주하는 시장인데 중국에서는 어떤 전개가 예상되는지.
▶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섬유산업의 레벨업(level-up)과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고도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 및 브랜드 개발, 국내 수요 촉진 등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은 화섬업계의 산업용 텍스타일 개발입니다. 산업용 섬유는 의료, 교통, 고속도로, 항공기 등 산업 전 분야에 필요한 만큼 중국 정부도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따라서 산업용 섬유 개발은 업계가 아닌 중앙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앙 정부인 공업신식화부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탄소섬유 등 특수섬유는 선진국과 많은 격차가 있습니다. 따라서 화섬업계와 긴밀히 연계해 기술개발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워낙 전문 적인 분야라…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면 관련 단체에 연락해 자료를 보내겠습니다.
-작년 중국 수출 및 내수 시장은 어땠나요?
▶ 2011년 중국 패션 업계는 심각한 시기였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보다 더 어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수출 성장세가 둔화됐고 수량 감소와 동시에 해외 오퍼가 줄어 중소기업들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내수 시장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속도는 줄었습니다. 산업 양극화가 심해져 중국 섬유패션 기업들이 10만개가 넘지만 이중 20~30% 성장한 업체는 1만개 정도 꼽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은 어려웠고 수출형 기업은 더 어려웠던 한 해라고 봅니다.
2010/2011년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0월말 현재 중국의 섬유류 수출은 금액은 19.5% 증가했지만 수량은 오히려 0.89% 감소했습니다. 구미 시장이 위기를 맞고 노동력 비용이 높아져 많은 오퍼들이 동남아로 전환된 영향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수량은 줄고 금액이 늘었다면 수출 단가가 좋아졌다는 얘긴데 긍정적 신호로도 볼 수 있지 않나.
▶ 물론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어 꼭 긍정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많은 봉제업체들의 탈 중국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해외에 봉제 기지를 건설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것 같습니다.
▶ 지금 중국 의류 봉제업체들의 80%는 동부 연안에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서서히 중서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죠. 그러나 이 지역들도 노동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기업들도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으로 이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단순한 가공 이전만이 해답은 아닙니다. 산업 고도화로 전환하는 노력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국은 혁신을 위한 R&D, 브랜드 구축, 다양한 채널 확보 등으로 섬유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의류는 어디서 생산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더 싼 곳을 찾아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전세계 의류의 1/3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물량을 받아낼 만한 해외 생산기지가 있을까요? 중국 의류 업계는 이를 감안해 현 시스템을 혁신하고 속도를 빨리 해 글로벌 자원의 재배치, 효율적인 생산 등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세계를 지배하는 시장 원칙도 준수할 것입니다.
-작년 겨울 대부분 의류 패션업체들은 매출 부진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약진으로 토종 기업들이 타격을 받았습니다. 중국도 이들 영향력에서 비켜 나갈 수 없었을 텐데.
▶ 중국 시장서도 자라, H&M,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들이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의류 업체들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이를 빠르게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영, 캐주얼 등 여러 복종 브랜드들이 세계적 SPA브랜드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크게 커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생각보다 개방적인 시장입니다. 외국 제품에 문턱을 만들지 않습니다. 2011년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지 10주기가 되는 해입니다. 10년 전에는 두려운 마음에 말들이 많았지만 이를 자극으로 우리는 더 발전했습니다. 문을 열어 경쟁하고 배우자는 게 우리의 기본 태도입니다. 저는 업체 사람들에게 자주 얘기합니다. “문 열어 살 수 없다면 당신은 무능한 것이다”라고. 도태가 있으면 성장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CHIC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 보호 기반이 미미한데 이를 위해 어떤 대비책이 있습니까?
▶ 그 점은 CHIC 자체에서도 매우 중요히 여기는 사안입니다. 참여 기업들 상표권과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는 현장에 카메라도 못 들어가게 막고 있습니다. 과거에 실제 상표권 등 문제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해결됐습니다. 많은 경험으로 무장한 변호사들이 협력하고 있어 문제가 있으면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의류는 상품 분쟁이 많은 분야입니다. 특징적 무늬 등 보고 쉽게 카피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분쟁이 생기면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확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CHIC측에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적극적으로 돕고 대응해 드리겠습니다.
/정기창 기자 kcjung100@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