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업계 대형 지각변동 ‘용틀임’ 시작됐다

2013-02-01     나지현 기자

한섬 현대 뒷심 업고 대기업 성장 신호탄
신세계인터내셔날 톰보이 인수·사업 확대 가속
미샤 스포츠브랜드 신규런칭·선발 중견사 도약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미샤 등 여성복 시장 핵심 대표 주자들의 발 빠른 행보가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이들은 브랜드 인수 및 매각, 신규 런칭 등을 통해 사세확장 및 역량 강화에 나서며 일대 지각 변동을 예고, 여성복 업계 전반의 구조가 재편 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한섬(대표 정재봉)이 지난 1월 13일 이사회를 통해 현대홈쇼핑에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의 지분 34.6%를 매각했다. 이로써 한섬은 지난 8월 SK네트웍스와의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 된 이후 지속되던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대백화점이 아닌 현대홈쇼핑이 한섬을 인수한 점에 대한 향후 브랜드 시너지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인수 배경을 살펴보면 기우다. 인수의 실질적인 주체가 홈쇼핑을 포함한 현대백화점 그룹으로, 인수 과정 전반에 정지선 회장이 관여했다는 점과 3000억 원 상당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보다 8700억 원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현대 홈쇼핑이 신규 투자처 물색 중 이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 동안 한섬의 매각에는 정재봉 회장과 문미숙 감사의 부재 시 브랜드력 유지가 이슈였다. 하지만 현대홈쇼핑은 이사회 구성에만 참여하고 정재봉 회장을 포함한 기존 경영진과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며 영업 환경에의 변화를 최소화했다.

현대백화점 그룹 차원에서의 인수로 향후 신규 브랜드 도입 시 유통 채널 확보가 유리하며 수입 브랜드 전개에 있어서도 타사 대비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대 그룹이 현대 홈쇼핑의 중국 진출과 현대 백화점의 신규 출점 등 패션사업 성장 가속화를 지속하고 있는데다 한섬의 신성장 동력 가세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여성복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지난해 3분기에도 한섬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37% 신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해 총 매출 5030억 원, 순이익 815억 원을 기록했으며 인수효과로 올 매출액과 순이익이 20%가량 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기존 브랜드의 확고한 아이덴티티 정립과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SK네트웍스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도 본격화 될 방침이다. 한섬은 SK네트웍스에 중국 독점 유통 사업권을 계약, 100% 상품 매입을 통해 ‘오즈세컨’ 등이 입점된 유통망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대한다. 별도의 마케팅, 재고부담 등 큰 투자비용 없이 외형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 이하 SI)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30개 이상의 해외 명품과 국내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SI는 수익성 높은 대표 내셔널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이 3분기부터 이어진 예상외 부진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다각적인 포트폴리오 확대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SI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굴지의 해외 브랜드를 3~4개씩 지속적으로 도입해왔으며 ‘디자인유나이티드·지컷·자연주의·진홀릭·데이즈’ 등 내셔널 육성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또한 SPA 활황기에 맞서 신장세가 높은 ‘갭·바나나리퍼블릭’에 대한 한국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지난해 톰보이 지분 96%를 325억 원에 인수함으로써 다소 미약했던 정통 캐주얼, 남성복까지 사업 다각화를 가속하고 있다.

지난해 SI는 매출 8010억 원, 영업이익 570억 원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 사업부와 국내 사업부 매출 비중이 각각 48%와 32%였으나 올해는 국내 사업부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기존 브랜드의 성공적인 전개와 인수를 통해 우수한 역량을 평가받고 있어 지난해 ‘알렉산더 왕’과 ‘크리스찬루부탱’ 인수에 이어 향후에도 굴지의 신규 도입은 지속될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보브’ 중국 진출을 본격화한 SI는 3년 내 중국에서 20여개 유통 확보로 시장 테스트 후 나머지 진출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2013년 준공을 목표로 현재 청담동에 대규모 신사옥을 건립 중으로 프리미엄 패션업체로서의 위용을 드러낼 방침이다.

미샤(대표 신완철) 또한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통해 성장 드라이브를 가속화한다. 2010년 여성복 ‘커밍스텝·르윗’, 남성복 ‘켈번’ 런칭에 이어 지난해 ‘아임’과 ‘듀메이드’ 등의 잇따른 신규 출점을 통해 총 9개의 브랜드를 전개, 로드샵과 백화점의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올 하반기에는 스포츠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진다.

이를 위해 미샤는 최근 신사업 전략팀을 구축하고 감각과 해외경험이 풍부한 실력파 인력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한 현재 각 브랜드별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 마케팅 부서를 통합했다. 최근 이를 총괄할 한섬 출신의 서갑수 부장을 영입해 한 층 감도 높은 브랜드 이미지, 아이덴티티 구축을 도모할 방침이다.

관계자는 “미샤는 현 마켓의 필요와 테이스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감각와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미래 지향적 인 브랜드 출시를 통해 시장을 리드해 나갈 것”이라며 “조직력 강화와 신규 사업을 통해 성장 토대를 마련해 전문 중견 패션회사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