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판덱스·타이어코드 세계 1위의 비밀
효성 이상운 부회장, 독보적 시장 가치 창출 섬유 기업 주목
90년대 초 효성이 스판덱스 시장 진출 여부를 고민할 때 자체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불과 20년도 채 안 돼 효성은 듀폰, 인비스타(듀폰은 2004년 스판덱스인 라이크라 사업을 인비스타에 매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지난 2010년 전체 시장의 27%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개가를 올려 92년 스판덱스 시장에 진출할 당시 16엔드 와인더 생산 설비를 지금은 자체 기술로 64엔드까지 확장해 생산 효율을 4배나 올렸다. 어떤 전략이 통했을까? 효성 이상운 부회장은 원가·품질 경쟁력, 글로벌 네트워크, Pull 마케팅’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효성은 자체기술로 안정된 품질을 달성함으로써 최고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주요 시장에서 현지화를 꾀해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고객의 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전시회에 동반 참가하고 브랜드와 리테일러를 대상으로 한 고객 유인 전략을 구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섬유센터에서 개최된 CEO 조찬 포럼에서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신속한 신시장 진출 및 현지화로 세계 시장 1위를 달성했다. 본사의 경험을 전파하고 본사와 해외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본사 지향적 마케팅도 힘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효성은 스판덱스 및 타이어코드, 에어백 직물, 시트벨트(seat belt)사(絲) 세계 1위와 나일론, 폴리에스터, 카페트 분야 국내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지금은 독보적인 세계 시장 1위 제품인 타이어코드 사업도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효성은 지난 2008년 글로벌 타이어 회사인 굿이어(Goodyear)와 타이어코드 공급 계약을 맺은 후 이 제품을 생산하는 주력공장 화재로 생산 설비의 1/3에 해당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당시 효성은 2달러 하던 실을 4달러에 사서 납품했다. 거의 완제품 가격에 준하는 값으로 실을 사서 제조했으니 마진이 남을리 없었다. 이 부회장은 “타이어 회사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라 당시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신속한 고객집중 전략을 통해 납품에 차질을 빚지 않았고 이는 효성의 역량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날 세아상역, 팬코, 영도벨벳, 원창, 태평직물 등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가치를 창출한 기업들을 예로 들며 “남다른 전략적 의사 결정과 실행으로 훌륭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한국의 섬유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