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캐주얼, ‘재탄생 전략’ 시동
토종브랜드 ‘제2 도약’ 사활 걸었다
토종 캐주얼 소비자 관심유도 안간힘
브랜드 이미지 교체·상품 변화 ‘새 이미지’ 구축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급격히 낮아지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국내 패션 시장이 점점 위기일로를 겪고 있다. 각 패션 업체들은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약 48개의 신규 패션 브랜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 2월 런칭한 제일모직(대표 박종우)의 신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비롯, 에이다임(대표 김해련)의 ‘스파이시칼라’, ‘컬처콜’ 등 토종 SPA 브랜드들과 ‘H&M’, ‘자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 국내 대기업이 가세한 경쟁 구도까지 더해진 국내 SPA 시장에 미국 브랜드 ‘홀리스터’의 진출도 올해 예정돼 있어 국내 패션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브랜드 경쟁력 향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패션 업계에서는 신규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생기는 만큼 유명무실 사라지는 브랜드들도 많다. 특히 ‘메이폴’, ‘후부’ 등 소위 올드 패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떨어져 업체 관계자들이 자구책 마련에 고심했던 상태다.
이들 브랜드들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재탄생’ 전략을 선언, 제 2의 전성기를 맞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만 20주년을 맞는 세아상역(대표 김태형)의 캐주얼 브랜드 ‘메이폴’은 올 여름부터 브랜드명 외 디자인 컨셉, 로고, 브랜드 이미지 등을 완전히 탈바꿈해 선보일 계획이다.
‘메이폴’은 지난 1월 ‘스마트 프라이스’ 가격 정책을 도입, 국내 패션 시장의 가격 거품을 빼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해외 SPA 브랜드에 뺏긴 소비자들을 되돌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대표 의류 제조 및 수출 기업인 세아상역에서 운영하며 진정한 SPA 브랜드로 재탄생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킨 것이다.
또 최근 신규앨범 ‘셜록’으로 국내 무대에 컴백한 아이돌 그룹 ‘샤이니’를 모델로 화보 촬영도 진행, K-팝 열풍을 통한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봄 화보에서는 ‘토끼’가 함께 등장해 새로운 ‘메이폴’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으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높였다.
관계자는 “30~40대에 친숙한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새 브랜드명으로 런칭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주요 타겟층인 10~20대에게는 엄마가 즐겨 입었던 브랜드인 동시에 이들의 트렌드에 맞는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다가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일모직도 ‘후부’의 런칭 20주년을 맞이해 서상영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영입, 브랜드 컨셉과 로고, 상품 등 이미지까지 바꾸는 ‘리버스(재탄생)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6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있다”며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에 맞춰 이번 시즌 브랜드 메인 모델로 빅뱅의 탑을 내세워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이 인수한 여성 캐주얼 브랜드 ‘톰보이’도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알리기 위해 적극 나섰다. 전 세계적 패셔니스타 영화배우 끌로에 세비니를 스타일 아이콘으로 정하는 한편, 가격 인하 정책에도 동참해 고객 모으기에 나섰다.
이 외에도 ‘헤드’, ‘샤트렌’, ‘파크랜드’ 등 국내 브랜드들도 브랜드 이미지 교체나 상품 카테고리의 변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를 새롭게 탄생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한국 브랜드로서 옛 명성을 유지하고자 도전하는 모습은 해외 브랜드가 점령한 국내 패션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또 “국내 토종 브랜드들이 ‘재탄생’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주목 받기를 바란다”며 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