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권 기상도] “날씨야 풀려라, 지갑아 열려라”
봄볕에 가로수길·홍대로 몰려
[서울] 다소 온화해진 낮 기온으로 서울지역 가두상권에 쇼핑을 겸해 봄나들이에 나서는 유동인구가 서서히 늘고 있다. 주말을 맞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명동과 강남 등 주요도심상권이 북적이며 활기를 띠었다.
‘유니클로’ 선진영 슈퍼바이저는 “최근 홍대 매장의 매출 신장이 주목되는 가운데 인접한 와이즈파크점도 점차 고객이 늘면서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서울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젊은층은 홍대나 가로수길로 집중되는 편이며 같은 서울지역 상권과 비교하더라도 유동인구에 극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브레스’ 홍대스토어 윤수민 매니저는 “‘에이랜드’가 매장을 이전하고서 유동인구가 소폭 감소하는듯 했으나, 대학교 개강 이후 홍익대학교 학생 고객들이 늘었고 봄철 커플 데이트 코스에 적합한 음식점, 공원 등이 많아 활기를 띠고 있다”며 “매장 근처에 특히 카페가 계속 늘고 있어 주말 고객층 중 커플 방문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아웃도어 브랜드 ‘더도어’가 지난달 중순 강남점을 오픈했고, 향후 문정점을 추가할 방침이다. 압구정 갤러리아 맞은편에는 리런칭한 ‘톰보이’가 이달 2층 규모의 단독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봄 한파로 손님 확 줄어
[경기] 예년과 다른 들쑥날쑥한 날씨 탓에 경기지역 매장들이 계절 특수를 누리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봄 신상 의류를 선보인 지난달부터 뒤늦게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신상품이나 간절기 상품의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쇼핑고객이 없는 한산한 상권은 주말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산 사동에 위치한 패션타운 상권 관계자는 “날씨 영향으로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 봄옷을 깔아놨는데 갑자기 한파가 들이닥쳐 당황스럽다”며 “그나마 단골 고객이 있어 어느 정도 유지는 되지만 브랜드 세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행사가 많아 시들한 매출을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경기 침체로 다소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안산 상권 ‘게스’, ‘푸마’ 등 캐주얼 브랜드는 젊은 층들이 주로 오후 시간대에 2012 S/S 메인 컬러 위주나 디스플레이된 제품으로 많이 찾고 있다.
“가두 상권 외면” 우려
[충청] 해수욕장과 인접한 천안, 홍성, 대천 등 해안지역은 기후 특성 및 경기로 인해 봄옷 구매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봄철 어산물 축제가 열리는 보령 지역은 올해 봄이 없다시피 한 날씨에, 흐리고 비가 이어지며 추위가 늦게까지 지속돼 의류 판매가 저조하다.
지역 마트에서 매장을 영업 중인 브랜드 관계자는 “보령 지역에 이마트가 들어선 이후 젊은 소비자들이 주로 마트를 이용하다보니 재래시장과 시장을 낀 가두 의류상권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올해 어획도 좋지 않아 주요 수산물 가격이 3배 정도나 올랐고 야채나 식품도 비싸져 주부들이 옷이나 잡화 쇼핑을 줄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성안길은 8월 현대백화점과 10월 롯데아울렛에 이어 상당구 문화동 주차장에 롯데백화점 출점이 언급되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해당 유통사는 서울이나 대전으로 이탈했던 지역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나, 성안길 상인들은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드샵들이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성안길의 한 캐주얼 브랜드 점장은 “지금의 청주 영플라자도 성안길 의류 복종 및 브랜드 구성, 고객 연령층이 중복되고 있다”며 “심지어 로드샵에서 입어 본 뒤 가격도 더 높은 영플라자에서 구매할 정도로, 대형유통을 선망하는 지역 소비자들이 가두상권을 외면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요식업 보다 힘든 의류업
[강원] 강원도 군부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는 요식업계와 달리 의류업계는 입점객이 더 떨어졌다는 점주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군부대가 많은 원주의 상권 관계자에 따르면 군부대 인근 치킨, 도넛 등 간식거리 매장들이 도심 상권에 뒤지지 않는 매출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 의류업계는 시내 쪽의 상권이 많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원주의 한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예전보다 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다른 아이템보다 상품 회전율이 빠른 스니커즈 제품의 특수성으로 오후에 사람이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날씨 탓에 봄옷 구매량은 늘지 않고 바람막이나 두께감이 있는 맨투맨 같은 아이템이 잘 팔리는 것으로, 매출은 전년대비 10~20%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 3월30일 문을 열 예정이던 AK플라자는 상가번영회 등의 단체와의 사업조정에 진전이 없어 오픈에 차질을 빚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지역 상생과 사회 공헌을 실천하면서 현재, 소상공인 발전 및 협력과 상생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온 풀리면 호조 기대
[경상] 3월 내내 추웠던 날씨와 경기상황으로 봄은 더디게 찾아왔다. 전년대비 낮은 체감온도로 유동인구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광복동 상권은 ‘컬럼비아’ 자리에 위치 이동해 오픈한 ‘쉐인진’이 개점 첫날과 둘째 날 22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된 것 외에 뚜렷한 매출을 보인 브랜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헤드’ 매장이 직영점 체제로 위치 이동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브랜드 진입이 예상된다. ‘빈폴 아웃도어’는 내달 중으로 오픈 할 예정이다. 상권 관계자는 “이달은 전년대비 날씨가 풀리지 않아 유동인구 자체가 많이 줄어들어 경기 위축이 체감되는 시기다. 반면 완연한 봄이 오면 활발하게 상권을 찾는 고객들이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경남 김해 휴엔락 쇼핑몰은 최근 ‘김영주골프’, ‘라일앤스코트’, ‘웨스트우드’가 대형평수로 새롭게 개점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21일 경남진영상권 내 기존 ‘인디안’매장이 위치이동한 자리에 ‘아이더’가 신규 오픈했다.
백화점 세일 앞서 매출 전력
[전라] 봄 판매가 다소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4월 초 시작되는 백화점 정기세일에 앞서 가두 상권이 매출 진작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진행해 고객몰이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날씨는 아니지만 3월 말부터 다소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입고된 일부 여름 제품도 선구매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또한 4,5월 본격적인 웨딩 시즌을 맞아 정장이나 예복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입점 수도 증가했다. 함께 객단가도 높아졌다.
전주에서 ‘더 클래스’를 운영 중인 김은성 점장은 “마일리지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목적구매 소비자들 또는 기존 고정고객 위주 판매가 활발했다”며 “매일 신상품이 입고되면서 여름 반팔셔츠, 린넨 자켓 등도 빠르게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가두 상권은 올 봄 아웃도어, 스포츠 위주로 재편되는 분위기가 더욱 가속화되는데다 불경기로 유동 인구수는 줄고 목적구매를 위한 손님들만이 방문하고 있다. 주말에도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또한 지역 상권까지 대형 유통사들의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편의시설이나 주차공간이 협소한 로드샵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갈수록 침체되는 가두경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