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개막 지상전(紙上展) (3)] ‘우여곡절’ 끝에 ‘무난한’ 마무리로 위안

“정체성 재정립 진정한 글로벌 토대 마련하길”

2013-04-10     이영희 기자

서울시-디자이너연합회 ‘소통’ 긍정적 평가
‘홍보·오더수주·전문인력’ 부족 해결과제로

‘우여곡절’ 끝에 ‘무난하게’ 마무리 지었다. 6일간 총 60여 명의 디자이너가 패션쇼를 열었고 말도 안되게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기대이상’의 진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처음으로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4개동의 텐트를 설치하고 진행한 서울패션위크는 의외로 ‘신선한 발상’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으나 악천후로 인해 관람객에게는 큰 불편을 안겼다.

이번 춘계서울패션위크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 무엇보다 서울시와 디자이너들간의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등장과 언로가 트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부여된다. 그런만큼 비판보다는 말 그대로 ‘미래 발전’을 향한 온전한 토대가 조성되는 계기 마련에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서울시는 “관 주도형 행사를 지양하고 패션계의 목소리를 수렴하는데 노력했다”고 밝혔고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초대회장 이상봉)는 “선후배간 양보와 조율에 힘썼고 향후에도 디자이너의 권익을 대변하고 신진을 육성함으로써 서울패션위크 뿐만이 아니라 패션산업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 결과 매일 아침 10시에 열리는 첫 패션쇼를 장광효, 이상봉, 조명례, 신장경 디자이너가 각각 맡았고 당초 우려를 뒤엎고 많은 매니아 층과 관람객 참여했다. 또한 SFAA의 경우 행사 마지막날 토요일에 행사를 열었음에도 오랜 경륜과 관록을 입증하듯 성공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5일까지 4일 동안 개최된 서울패션페어는 예년의 지적사항이 많이 해소됐다. 개막식날 비어있는 전시장이 많았던 예전과 달리 정확한 오픈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유료부스를 유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선과제 산적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평가로 위로하기에는 더 나은 행보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두드러졌다. 서울시는 앞으로 야외행사를 다양하게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을 디자인, 패션도시로 부각시키기 위해 역사와 문화를 인식시킬 수 있는 고궁이나 박물관, 심지어는 시청까지 공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번 행사를 통해 ‘기상이변’이 심한 한국의 봄, 가을 날씨를 고려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6일 강풍으로 프레스와 비즈니스룸이 조성된 텐트가 찢어지고 다른 텐트에 쇼를 관람하기 위해 야외에 줄을 서야했던 관람객들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텐트설치상의 간격문제, 통행과 주차의 불편함도 감지됐고 시정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패션계와 시민들의 축제로 승화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의지와 달리 이번 행사는 언론들로부터는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듯 하다.

서울패션페어의 경우 5일까지 오픈하는지 모르는 국내 바이어와 업계관계자들이 많았고 ‘실질 오더’를 위한 해외바이어 방한과 결과물도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또한 컬렉션별 언론의 관심도 저조했다. 행사진행 전문인력의 부족도 지적사항으로 떠올랐다.

정작 국내 유명백화점바이어의 경우 비즈니스룸에 들어가지 못하고 저지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유는 “해외바이어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한 백화점 바이어는 “국내 바이어석이 없고 자리도 없다고 해서 관람하지 않고 나오는 중”이라고 답해 컬렉션 개최 의의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대형바이어 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어와 중소규모라도 해외 알짜배기 매장을 가진 바이어도 많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거의 없는 스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결례를 보이기도 해 관계자들의 불평을 사기도 했다. 당초 기대했던 해외 바이어와 프레스들의 불참도 시정돼야 할 것이다.

다음시즌에는 ‘서울패션위크’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말그대로 ‘집안잔치’에 끝나지 않는 글로벌한 행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번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초유의 단결력과 위용을 보여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어떠한 기득권을 행사하는 단체이기보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단체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발전하기를 패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