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인더, 기업윤리에 발목 잡히다
中企 에어백용 연단기 특허 침해 제기
코오롱이 국내 중소기업 섬유 기계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9년 9월 연단기 전문 업체인 세명정밀과 에어백용 연단기 납품 협상에 들어가 이듬해 3월 경산 공장에 첫번째 기계를 공급받고 8월에는 중국 남경공장에도 같은 기종의 연단기를 설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후 세명정밀이 아닌 다른 업체에서 5대의 에어백용 원단기를 더 납품받았고 세명정밀은 이 과정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측이 세명이 납품한 연단기를 외부 업체가 복제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 세명정밀 - “특허침해 및 복제 의혹 있다.”
세명정밀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납품 이후 대당 2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장비임에도 1년 후인 2011년 3월 품질유지를 위한 정기 점검 요청을 거부하고 같은해 10월에도 같은 목적의 공장 방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뿐만 아니라 세명정밀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대를 납품받은 이후에는 자사가 납품한 에어백용 연단기를 복제해 대구의 모 협력 공장을 통해 추가로 납품받은 정황이 발견됐으나 코오롱 측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자사 특허까지 침해됐다는 설명이다. 세명은 이미 그룹 감사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진정하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김종철 대표는 “납품 과정에서부터 작동 프로그램, 부품제원, 작동 원리, 각 제품 파트별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정보 공개를 요청하는 등 상식 밖의 무리한 요구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납품한 에어백용 연단기는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사용중인 3000와트급 레이저 재단기(프랑스 렉트라社)와 필수적으로 연동되도록 만들어져 타사에서 신제품을 단기간에 만들어 납품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 “타사에서 납품받았을 뿐.”
코오롱 측은 “세명정밀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우리는 단지 대구의 자동화 기계 전문업체(창신TMS)에 개발을 의뢰해 납품받았을 뿐이다”고 밝혔다. 거래처를 바꾸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 특성에 맞는 요구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명정밀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른 업체에 의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에어백 연단기는 일반 의류용 연단기와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시중에 공개된 기술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한데 세명정밀 제품을 복제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연단기와 연동되는 재단기 값이 1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이보다 값싼) 20만 달러를 줄이자고 연단기를 복제할 사람이 어딨겠냐”고 반문했다.
지적재산권팀 김경수 부장은 “세명정밀이 특허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생산 현장에서는 세명의 특허 기술 부분이 쓰기 불편하다고 해서 이 부분은 사용되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 창신TMS -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해 납품”
창신은 2010년 11월 첫번째 에어백용 연단기를 납품한 후 추가로 4대를 더 공급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에어백용 연단기 납품을 의뢰받아 4개월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납품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류근찬 대표는 “코오롱에서 제공한 외국회사 연단기 동영상을 보니 작동 원리가 어렵지 않아 보여 직접 설계에 참여했다”며 “본사에도 설계 사무실이 따로 있어 독자 설계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화 기계 분야에 30년을 일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에어백용 연단기는 중급 정도의 기술 수준이어서 우리말고 다른 회사에서 제작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 그래도 논란 여지 남아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명정밀은 첫번째 기계가 납품된 2010년 3월과 창신이 납품한 11월까지 8개월은 자사가 제작한 연단기 기술을 외부에서 복제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작년에 사상 최대인 5조4201억 원 매출을 올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매출 70~80억 원밖에 안되는 소기업을 상대로 신제품 개발을 주문, 납품받은 후 다른 곳에 또다시 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행위는 기본 상도덕에 위배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경제 패러다임이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과 윤리 경영을 중시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자사 이익추구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세명정밀 측은 에어백용 연단기 개발에만 10억 여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대표는 “한·미, 한·EU FTA를 계기로 국내 섬유산업 기반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계속되면 국내 섬유산업은 커녕, 소규모 영세 업종인 섬유기계 기술조차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명정밀은 모든 의혹 해소를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에 공장 현장을 공개하기를 요청했고 코오롱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가능하면 이에 응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