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CC, 佛 차저스를 꿈꾼다”

피아이텍스, 180컬러·고품질 심지로 해외 진출

2013-04-13     정기창 기자

여기 외국인 노동자가 한 명도 없고 철저하게 주 5일 근무를 준수하며 생산직 초봉으로 연 2000만 원을 주는 섬유 공장이 있다. 하루 근로 9~6시를 지키고 조금이라도 연장 근무가 있으면 법규에 맞춰 초과 수당도 철저하게 지급되므로 실제 연봉은 이보다 더 많다. <사진 좌 : 조재천 대표는 해외 시장 확대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연말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한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심지업체인 피아이텍스(대표 조재천) 얘기다. 이 회사는 국내 약 10여개 안팎으로 추산되는 여타 심지생산업체와 다른 독특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업체 중 80%는 국내 브랜드나 동대문 시장 같은 내수 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피아이텍스는 대부분 매출이 해외 진출한 벤더업체들에게서 나온다. 세아, 한세, 한솔 등 빅3는 물론이고 1억 달러 이상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다.

또 대다수 심지 업체들이 단순히 블랙&화이트만 다루는데 비해 이곳은 18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컬러를 갖추고 있어 해외 유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미국 PCC, 프랑스 차저스(Chargers)같은 글로벌 빅3 심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PCC, 차저스 같은 외국 업체들 물건을 쓰도록 노미시키는(nominate : 특정 물건을 쓰도록 지정하는 일) 경우가 많다.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깝기 때문이지만 이 점만 빼면 우리 제품이 뒤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퀄리티는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재천 대표가 인도네시아에 영업 지점을 설립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올 연말 인니에 진출해 현지 진출한 우리 벤더는 물론이고 인니에 있는 내수 및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계획. 최종적으로는 현지 공장을 세우는 수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사진 우: 피아이텍스 공장 한켠에는 14만 야드의 심지가 인도네시아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총 18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컬러를 구현할 수 있어 주문이 늘고 있다.>

심지기술이 일본→한국에서, 이제는 한국→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파상공세가 심해지는 것도 한 요인이다. 그는 “중국의 심지 업체는 약 3000개로 추산된다. 숫자로 보면 우리의 300배지만 생산량이나 금액으로 보면 격차는 이보다 훨씬 더 벌어진다. 심지 원단 컬러나 품질이 오히려 우리보다 나은 곳도 많아 중동이나 터키 바이어들이 중국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아이텍스 같은 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한번의 시행착오가 그동안 안정적으로 영유해 온 회사 기반을 뿌리째 해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3사가 쥐고 있던 세계 심지 시장에 들어가고 싶다. 그동안 미주 오더는 노미가 많아 쉽게 진입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인지도와 기반이 잡힌 만큼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 보고 싶다.”

작년 6월 업계에 주 5일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 그는 먼저 나서서 주 5일 근무를 시행했다. 오히려 직원들이 생산현장이 5일 근무제를 어떻게 따라가느냐며 말렸단다. 동대문 종합시장에 진출하면서 접대 문화를 없애고 대신 그만큼 물건을 더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처음엔 마뜩잖아하던 시장 상인들도 이제는 이를 더 반긴다.

업계 가장 많은 연봉을 주면서도 휴일이나 초과 근무 수당을 칼같이 지급한다. 덕분에 수익은 줄지 몰라도 누구나 와서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가 됐다. 시장을 앞서 나가는 사람에게는 난관이 있을지언정 좌절할 수 없고 그 과실은 더 달콤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