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꼬리 무는 연단기 복제 의혹

지나친 주관적 해명·주장으로 논란

2013-04-25     정기창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세명정밀 연단기 복제 의혹이 상대편 반박과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석연치 않은 의문점이 추가로 발견되는 등 의혹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코오롱측 해명은 지나치게 주관적이어서 업계 상식을 무시한 채 자사 입장만을 대변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측은 당초 세명정밀이 연단기를 납품한 후 정기점검을 위해 두 차례 공장 방문을 요청(2011년 3월, 10월)했으나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본지 4월 23일자)

그러나 같은 제품을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는 국내 2위 에어백 제조업체인 두올 관계자는 “연단기는 기밀 시설이 아니다. 우리는 외부 손님에게도 모두 다 공개하고 보여준다”고 말했다. 두올은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똑같이 프랑스 렉트라 재단기와 세명정밀 연단기를 연동해 직접 생산 라인에 쓰고 있다.

또 국내 에어백 시장 35%를 점유,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국내 에어백시장을 양분하는 이 분야 전문기업이다. 같은 생산 라인임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은 기밀이고 두올은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은 양사 입장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코오롱측이 의류용 연단기나 에어백용 연단기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없고 대부분 공개된 기술 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한 부분도 실제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명정밀 김종철 대표는 “우리는 1988년 당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연단기를 개발했으며 에어백용 연단기도 최초로 개발했다. 의류용 연단기와 에어백용 연단기는 100% 구조와 기능, 특성이 다른 제품이다”고 반박했다.

세명정밀의 기술력은 이미 첫번째 납품한 두올과의 거래에서도 잘 나타난다. 두올 관계자는 “당초 우리는 세명정밀이라는 회사를 몰랐다. 프랑스 렉트라사가 추천한 연단기가 고가여서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제기하자 이 곳에서 세명정밀을 추천해 줘 개발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3000와트급 에어백 레이저 재단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외국 회사가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두올은 “1호기가 잔고장이 전혀 없고 튼튼한데다 성능도 원하는 만큼 나와 추가로 2호기를 생산라인에 배치했으며 3호기도 발주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두올, 양사는 기업 윤리 문제에서도 정반대되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두올은 “상생과 기업윤리라는 측면에서 세명정밀 제품을 계속해서 쓸 생각이다.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수입 대체 효과와 더불어 해외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은가.

두올은 연단기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가능하면 중소기업 기술과 제품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 동종업계 4000억 원 매출 중견기업만큼의 윤리의식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당초 이번 문제를 원만히 처리할 계획이었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강경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관계자는 “특허 침해와 복제는 없었다.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