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이재원 더신화 유통사업본부 전무 - 대형마트 강제휴무, 누구를 위한 일인가?

2013-05-02     편집부

지난 4월22일부터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서울에만 22일에 휴무한 대형마트들이 전체 매장의 32%에 해당하는 총 54개에 이른다. 이들이 영업하지 못하면서 대형마트 자체뿐 아니라 입점업체들의 매출 타격은 막심하다.

이 조례는 전통시장 등 골목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오히려 이로 인한 반사이익은 본래 취지를 잃고 백화점으로 몰리고 있다. 백화점들은 22일 매출이 지난해 봄 세일 마지막 주말 매출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 탓도 있지만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강제휴무가 이뤄지면서 마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패션 업체들은 막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 특히 5월부터 전체적으로 이를 시행한다고 해 마트 입점 업체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매달 일요일마다 2번 쉬고, 2번 영업하면서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수익 확보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불황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브랜드 같은 경우도 4월에 일부 매장에서 강제휴무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게 됐다. 각 브랜드별로 매출 분석을 해본 결과 7000만 원 정도씩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7000만 원이면 1년에 적어도 8억4000만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 입장에서 10억 원 가까이 되는 손실은 업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이다.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존폐위기가 거론될 수도 있는 일이다. 입점 업체들이 이러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의 횡포는 더 가중되고 있다. 강제 휴무에 따라 자연스레 매출이 떨어지면서 손실액 부분을 입점 업체들에게 고스란히 떠맡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며 중소 입점 업체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런 수혜를 입은 곳은 찾기 힘든 것 같다.

특히 지난해 수수료 인하에 대해 많은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어떤 곳은 1% 더 올리기도 했다. 진정한 ‘동반성장’을 실시한다고 나섰다면 수수료를 실정에 맞게 낮춰주는 노력을 펼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실적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1+1 이벤트 등 갖가지 무리한 행사를 요구해 업체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행사를 하게 되면 단기간 이익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고정 판로는 될 수 없기 때문에 입점 업체들이 행사를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마트 입점 업체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유통 판로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역시 ‘옴파로스’는 대리점, ‘제이폴락’은 백화점, ‘인터크루’는 쇼핑몰 등으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또 패션 업체들에게 최근 부각되고 있는 판로인 홈쇼핑에도 진출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타 업체들도 마찬가지여서 그나마 살아있는 상권에서 로드샵을 전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곳도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유통 판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등으로 많은 업체들이 몰리게 돼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정책을 통해 대기업들이 모두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지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중소 업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적 위주로 업체들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닌 수수료 인하 등 실질적인 체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