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철저히 근절돼야

유명잡화 ‘M업체’ 디자인 도용, ‘루치카’ 모방제품 즉각 회수키로

2013-05-15     김송이

최찬범 디자이너의 잡화 브랜드 ‘루치카’ 디자인을 도용한 잡화 M업체가 해당 제품을 즉각 회수하고 발 빠른 처리에 나섰다.

‘루치카’는 작년 9월경 출시된 제품과 사이즈나 재봉방식, 패턴, 컬러웨이가 모두 같은 M업체의 제품을 발견했다. 법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블로그에 포스팅해 상세한 내용을 밝혔다. 최찬범 디자이너는 “처음 가방을 만들면서 작업 지시서대로 나오지 않았던 버클 위 베루 부분의 사각형 실밥 모양까지 같고, 뚜껑 곡선이나 안 사양도 모두 동일하다”며 명백한 디자인 도용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M업체는 전화 통화를 통해 “디자이너가 카피를 한 것을 사업부에서 알지 못한 채 제품 생산이 됐다”며 “카피를 한 디자이너는 현재 회사에 근무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제품은 전량 회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가 디자이너들을 일일히 다 컨트롤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의 경우에는 이슈화 되서 사후처리를 한 것이고 본사도 앞으로도 조심을 하겠지만, 디자인 도용을 전면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클릭 몇 번만으로 해외 인디 브랜드 디자인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금, 모든 디자이너들이 카피될 것을 전제로 디자인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SPA 브랜드를 구매해 쉽게 사고 버리는 패션 소비 트렌드가 정착된 것도 잡화를 비롯한 신진 브랜드의 아이디어나 디자인 도용이 만연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형업체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 제품을 도용해 대량 생산하면 소비자는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인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해 없이 시장논리에만 입각해서는 패션업계의 창의성이 말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진들은 “대기업의 신진 브랜드 카피는 새내기가 소소하게 꾸려가는 몇 품목을 대형사가 가져가는 격”이며 “창의력을 자산으로 한 새내기 브랜드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자생력을 잃어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차츰 해외서도 디자인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의지와 사기를 꺾는 것이다.

최근 디자인 카피 사례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대형기업이나 브랜드도 과실을 시인하고 전보다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가 온라인에서도 화제성 가십에 그치며 반복되고 있어, 업계가 함께 카피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