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2012년 상반기 유통 결산 - 유통업계 ‘불황’이 평정

고물가로 알뜰 소비 트렌드 확산

2013-06-08     장유미

올 상반기 유통가 핫 키워드는 고물가에 따른 ‘불황’으로 나타나 업계 어려움을 반증했다.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과 오프라인 대표 매장 롯데마트는 2012년 상반기 유통업계 트렌드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옥션은 상반기 온라인 시장의 핵심 소비자군으로 정보력과 적극성을 갖춘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를 핫 이슈로 꼽았다. 트레저헌터는 ‘보물을 찾듯 적극적으로 상품을 발굴하는 소비자’라는 뜻의 신조어로 제품 하나를 사기 위해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가격 비교 등을 통해 고물가속 ‘착한소비’를 이끄는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옥션에서 상반기를 이끌었던 히트 상품은 ‘불황’과 관련한 아이템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고물가 속 알뜰 소비에 대한 니즈가 저렴한 온라인몰을 통한 마트 상품군 구매로 이어졌고 온라인몰들이 마트 상품군 강화 마케팅을 펼쳐 관련 제품군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 속 ‘유행’ 상품은 여전한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90년대 첫사랑 스토리를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은 불황이면 찾아온다는 복고 패션 열풍 몰이에 한 몫 했다.

1980~90년대 복학생 패션의 대명사였던 일명 ‘청남방’으로 불리는 데님셔츠가 짧은 기간에 5만개가 팔려 나가면서 히트상품 반열에 급속도로 올라 그 열기를 입증했다. 또 기장이 짧고 슬림한 치노팬츠도 7만개나 판매돼 복고 패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올 3월부터 실시된 주 5일제 수업으로 레저와 관련된 아이템들의 인기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레저 및 일상 생활 모두 활용 가능한 다기능성, 전문성, 패션성을 겸비한 레저 용품들은 출시 봇물을 이뤘다. 특히 주말 활동이 많아진 아동들로 인해 ‘아동용 기능성 트레이닝복’이 5만개가 팔려나가 주목을 끌었다.

옥션사업본부 유수종 부사장은 “오랜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률이 저비용, 고효율 상품에 집중하는 똑똑한 소비자군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역시 2012년 상반기 이슈와 매출 동향을 분석해 유통 키워드로 ‘HARD’를 내세웠다. ‘HARD’란 올해 소비자들의 주요 트렌드 4가지의 이니셜을 조합한 단어로 ‘고물가(High prices)’, ‘이상기후(Abnormal climate)’, ‘규제(Regulation)’,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Demand for new products)’ 등으로 분류된다.

올 상반기는 소비자 물가 상승이 지난해보다 3~4% 가량 상승하면서 소비 트렌드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가격이 저렴한 할인 상품의 매출이 작년보다 증가했고 PB 상품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브랜드 상품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형마트에서 시작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된 ‘가격 동결 품목 확대’, ‘반값 상품 열풍’, 백화점 ‘초특가 세일’, ‘명품 할인 판매’도 이 같은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소비 트렌드 변화도 눈에 띄었다. 봄이 사라지고 여름더위가 빨리 찾아와 5월 들어 나들이 및 캠핑용품 등 대표 여름 상품 매출이 20~4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화점에서도 봄 의류 상품 처분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 재고 털이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입점 업체의 피해도 가중됐다. 강제 휴무 및 영업시간 단축으로 설과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던 대형마트는 대부분 월 2회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고 점차 해당 점포 수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들어 대형마트 3사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6~6.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휴무 점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이 같은 매출 감소는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

올 상반기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점차 전문화되고 다양해져 유통업계에서 갖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온오프라인 모두 전문몰 오픈이 러시를 이뤘으며 특히 백화점은 최근 증가하는 남성 고객 수요를 반영해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상품을 확대했다.

롯데마트 남창희 마케팅부문장은 “올 상반기에 유통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유통업계의 주요 이슈도 어려움을 상징하는 키워드들이 많았다”며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가계 부담을 줄여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