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세명정밀 분쟁, 법정으로
지난달 29일 경산공장 실사 개시
양측 입장 여전히 팽팽한 대립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세명정밀의 에어백용 연단기 복제 시비가 법정으로 번졌다. (본지 4월16일, 26일자) 세명정밀은 최근 대구지방법원에 증거보존신청을 제기하고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오후 4시30분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오롱 인더스트리 경산공장 실사를 개시했다.
경산공장에 납품된 연단기의 구성과 수량, 동작원리까지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에 따라 담당 부장판사 및 양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쟁점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세명정밀이 납품한 연단기를 복제 또는 특허 침해했는지 여부였다. 이날 실사단은 직접 경산 공장의 연단기가 작동하는 공정을 둘러봤다.
실제 가동된 연단기는 ‘컨베이어 벨트-스태킹 로링-원단버퍼-원단로더’의 4단계 공정으로 생산이 이뤄졌다. 창신TMS가 납품한 라인이다. 반면 세명정밀은 이 라인에 ‘미싱-비닐버퍼-비닐접착기-비닐로더’의 4단계 공정이 추가돼 있다.
코오롱측은 이 추가라인이 없으므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로더는 500kg에서 최대 1톤에 달하는 무게의 원단을 미리 감고 풀어 생산 공정을 빠르게 하기 위한 장치. 미싱은 한 롤이 끝나면 다음 롤을 이어서 연속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당일 시연에서는 이 공정을 통해 7분 동안 8장의 원단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세명정밀측은 이에 대해 이의을 제기했다. 김종철 대표는 “연단기 다음 공정인 3000와트급 재단기는 9분에 32~34장을 생산하는데 이전 공정인 연단기가 이 속도를 못 맞추면 100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재단기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 이런 속도로 기계를 가동하면 생산량이 1/3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과연 경쟁업체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실사를 위해 일부 공정을 고의로 해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측은 “연단 속도는 길이에 따라 현장에서 조절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세명정밀의 일방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의적인 해체와 관련해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코오롱인더는 이 문제와 관련, 법원에 정식 질의를 통해 해결할 문제로 보고 있다.
세명정밀은 “4개 라인 중 1대는 컨베이어 몸체를 기성품인 알루미늄 바를 사용해 세운 방식이고 이는 우리가 납품한 1호기와 거의 똑같다. 나머지 3대는 우리가 경산 공장에 설치한 컨베이어 몸체를 보고 똑같이 복제한 것 같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창신TMS 류근찬 사장은 “시연때 가동된 제품 라인은 우리가 만들어 납품한 제품이 맞다. 코오롱측으로부터 제공받은 외국 기종을 보고 원가 절감을 위해 필요없는 부분을 빼고 제작했기 때문에 세명정밀 제품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20년간 기계 제작을 한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중저급 기술로 기술자로서의 자부심만 앞세우는 세명측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양사는 향후 변론을 통해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재판부는 이에 따라 증거보존신청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