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석정혜 코오롱FnC ‘쿠론’ 이사 - ‘틀에 박히지 말자’ 의식조차 하지 말라!’
최근 선방하고 있는 ‘쿠론’이지만, 실은 코오롱FnC에 인수된 뒤 두 달정도 고전했던 시기도 있었다. 내 브랜드를 소신껏 이끌어 오다가 회사에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본래 컨셉이나 이미지와 맞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제품을 내게 되니 자연히 매출이 떨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싫어하는 가방들을 만들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고, ‘그냥 예전처럼 하던 대로 하자!’며 마음을 고쳐먹고서야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2개월간 방황의 시기에 낸 디자인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상기하게끔 사업부 한 편에 놔뒀다.
돌이켜보니 그 시기엔 내가 아닌 누구라도 ‘쿠론’을 꾸려나가기 힘들지 않았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사업부의 누구라도 “안 됐어? 되게 하면 되잖아.” “가방 왜 이렇게 만들었어, 다음에 잘 좀 만들어.” 이렇게 자꾸만 서로 북돋워 주려 한다.
그런 긍정의 힘이 사업부 모두에게 전이된 것일까. 지금은 다른 브랜드의 영업팀이 우리 영업 담당자들에게 “대체 뭘 팔고 있기에 그렇게 잘 팔리냐”고 물어본단다. 상상 이상이다. ‘히트 행진’이니 보도자료에 나오는 입바른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다.
브랜드가 탄력을 받으려면 내세울 수 있는 히트상품 하나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사업부 모두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다. ‘쿠론’ 사업부가 모두 함께 모여 분식집 떡볶이와 오뎅을 나눠먹고, 허물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장점을 즐겁게 배우려고 한다.
나조차도 그렇다. 예전의 나는 업체와 상담을 할 때면, 항상 바로 엊그제 출장 나가서 가져온 따끈따끈한 새로운 샘플만 갖고 가곤 했다. 그러데 우리 팀원들은 10년 전 샘플을 들고 가더라. 그것이 오히려 참신하고 새로웠다. 틀에 박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에 구애받지도 의식하지도 않는 것이다.
훌륭한 매니저들 득도 많이 봤다. 우리는 매장 매니저도 잡화에서 뽑지 않고 여성 의류에서 잘 하는 인력을 모셔왔다. 머뭇머뭇 하다가도 불과 몇 주 사이에 적응해 나가며 첫 달에만 1억5천만 원을 팔았다. 대신에 매장 ‘둘째’는 다른 브랜드 매장의 매니저로 손색없는 경력자를 쓴다. 그러고 나서도 1년 가량은 ‘쿠론’의 아이덴티티, 히스토리, 강점을 끊임없이 습득하게 한 것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쿠론’에게도 분명 정체의 시기가 올 테지만 그 이후에도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려나가고 싶다. 때문에 다른 브랜드에 없는, ‘쿠론’만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갈 생각이다.
제품은 물론 쇼핑백이나 부속품,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는 모든 것들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금 브랜드 전용 쇼핑백 원가가 4~5천원으로 부담이 가긴 하는데 그 보다 질이 떨어지는 걸 사용하려 했더니 가만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 소신을 지켜갈 것이다.
초창기 업계에서 ‘쿠론’을 향해 카피니 어쩌니 말이 많았어도 나는 기죽지 않았다. “그래? 그러면 당신이 하던가”라고 반문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못하면서 남을 평가만 하려고 드는데, 나는 뭔가를 하고 싶어지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어차피 사람의 생각이 비슷비슷하다.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쿠론’은 외형으로만 평가하면 아직도 코오롱FnC 전사에서 가장 작은 브랜드이지만,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하다. 정말로 “I’m so happy”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