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브랜드, 상생은 결국 요원한가?”

대형백화점 불공정 개선 ‘흉내만’

2013-07-25     이영희 기자

아울렛유통 수수료 평균3~4%인상
중소패션업체, 경쟁력상실 “갈곳없다”

대형유통사들의 수수료 인상과 불공정 관행이 패션기업들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번 시즌 빅 3백화점에서 영업을 해 오던 한 여성복업체는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정상 판매수수료율 36~38%, 행사 마진도 30%에 이르다 보니 제반운영경비를 감안할 때 적자 운영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최근 부인복 브랜드들의 도산과 영업중단, 중견관련사의 M&A설을 시작으로 디자이너와 여성커리어, 캐릭터, 영캐주얼조닝에 까지 여성복전반에 걸쳐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3면기사 참조)가 발표한 6개 대형유통업체의 ‘불완전 계약서’ 실태조사가 보여 주 듯 어떤 조건에서도 중소 패션기업이 약자임을 입증하고 있다.

공정위가 발표한 한 대형백화점의 해외 유명브랜드와의 계약서에는 점별 수수료가 최저 26%에서 최고 30%로 명시돼 있어 내셔널브랜드에 비해 월등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음을 볼수 있었다. 업계는 “현재 대형백화점에 치중한 영업을 하는 브랜드들은 향후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백화점 수수료구조에선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대형백화점 수수료 및 불공정 관행의 미진한 개선과 더불어 최근 중소패션 브랜드들은 대형 아울렛 유통의 수수료 인상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랜드 계열의 유통사들은 최소2%에서 최고 8%까지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통사의 영업의존도가 높은 한 여성복 업체는 “극심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평균3~4%에 달하는 수수료인상은 그나마의 영업이익을 전부 포기해야함을 의미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성복업계는 “아울렛의 메리트가 사라진것이나 다름없다. 점진적 완충도 가능할 텐데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아울렛유통의 수수료 28% 수준이면 백화점의 38%선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중소패션업체들의 자생력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소패션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식 합의로 수수료 인상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매년 점진적인 완충이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 극심한 불황기에 어떤 명분도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랜드 관계자는 “매년 평균 물가 상승률은 3~4%였으나 지난 4년동안 인상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최근 3년간 대대적 핵심점포 리뉴얼로 과감한 비용을 투자 단행한 관계로 유통환경이 더욱 개선됐다”며 “그동안 타 매장 보다 낮게 책정됐던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패션업계는 “올해는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년도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자생력을 획득할 수 있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과연 유통과 브랜드의 상생은 요원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