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브랜드, 설 자리 없다
백화점 ‘스트릿·온라인·동대문 패션’ 유치
백화점이 지속되는 마이너스 신장의 불황 타개를 위한 카드로 올 하반기 젊은층 흡수에 적극 나섰다. 이번 MD가 파격적이라는 인식은 백화점마다 가을 개편의 폭은 크지 않았으나 매출력을 검증받은 중저가의 스트릿, 온라인, 동대문 패션들을 활발히 유치했기 때문이다. <사진 엠블룸 강남점>
가장 큰 변화의 축은 롯데 백화점의 행보다. 전국적인 볼륨화로 대중성을 지향하는 롯데 백화점은 2010년 말부터 최소 1000평~4000평까지 주요 점포의 활발한 매장 면적 확대 스케쥴을 잡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로 시장성 테스트를 통해 젊고 패션이 강한 백화점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오는 9월 21일 프리오픈, 10월5일 그랜드오픈하는 본점 영플라자는 그 변화의 의지를 하나로 집결해 보여준다. 우선 ‘원더플레이스, 카시나, 스타일난다. 스마일마켓, 밀 스튜디오’ 등 동대문 베이스의 편집샵, 온라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한다. 트렌디하면서도 젊고 신선한 이미지의 브랜드 60여개가 신규로 입점한다. 대신 ‘자라’와 ‘망고’는 면적이 다소 축소됐다.
롯데 영캐주얼 최용화 CMD는 “두타 등 동대문을 기반으로 매출과 상품력을 검증받은 여성복 ‘엘블룸, 루더스타일, 마리스토리즈’ 등을 단독으로 입점시킨 결과 리오더 스팟이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 글로벌 SPA보다 더 빠른 기동력과 품질, 가격 메리트를 내세워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이 오고 있다”며 “최근 캐주얼라이징 확대에 따른 착장의 변화,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가 약해지면서 네이밍과 상관없이 ‘예쁘고 지불가치가 있다면 산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브랜드들은 동대문과는 다른 레이블로 백화점 수준에 맞춰 소재를 좀 더 고급화하고 상품력을 높였다. 백화점의 이러한 변화에는 비대한 조직과 복잡한 절차로 속도가 떨어지는 제도권 브랜드에 비해 트렌드나 날씨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소싱과 시스템을 갖춘, 일명 ‘작은 SPA’를 표방하는 동대문 브랜드가 차별 MD에 적합하다는 판단에서이다.
한 공간에서 원스탑 쇼핑이 가능한 글로벌 SPA의 대형 매장이나 복합 쇼핑몰로의 쏠림 현상과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만큼 객단가가 떨어지고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을 어필하기 위해 이들 브랜드들의 장점을 살려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를 가미해 뺏기고 있는 젊은층 유입을 적극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10~20대는 향후 백화점의 잠재된 신규 고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대백화점도 신촌점, 목동점 등의 유플렉스에 젊은층을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에잇세컨즈’와 ‘스마일마켓’이 넓은 규모로 입점하고, 메가숍 형태를 늘리는가 하면 잡화와 액세서리군을 의류와 함께 복합 구성해 집객력과 매출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올 하반기 점별 상권 특성에 따라 명품과 수입의류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백화점의 이러한 최근 변모에 따라 국내 제도권 브랜드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