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패션인생 40주년 맞은 박동준 디자이너 - ‘예술과 문학’ 패션에 접목
정점식 화백·빈센트 반고흐·프리타 칼로 작품,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
“40년이라는 시간의 발자취.
나는 지금 무언가를 향해 여전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따금 이런 나의 모습이 놀랍기도 하지만,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인생이 길게 펼쳐진 길이라면, 그 길을 따라 묵묵히 걷고 싶습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내 삶의 의미가 바로 예술이니까요.
여러분들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며...”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씨가 40년 패션 인생을 회고하며 한 말이다.
40년 패션 인생을 축하라도 하듯 26회 섬유의 날에 지식경제부장관 표창도 수상한다. 겹경사다. 1972년 패션계에 뛰어든 그는 패션도 기업인지라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과 패션이 맞물린 탓에 고객을 염두에 둔 패션인생은 보람보다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세월이었다. 넘치는 끼를 분출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기나긴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터인데...”
어느 날 갑자기 패션을 시작한지 31년 만에 백화점 매장을 전면 철수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로 부터 만 9년. 패션디자이너 박동준 씨는 인생 최고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이젠 뭔가 40년 패션인생을 살아온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여유와 창작,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패션으로 녹여내는 기쁨과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나만의 패션 세계 9년이 이렇듯 행복과 보람지수를 바꾸어 놓았다. 17년 전. 1995년 당시 대구에서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이 대구시의 지원으로 개최됐었다. 패션디자이너와 직물업체들이 손잡고 패션의 차별화와 수출 길을 열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느닷없이 밀레의 만종을 텍스타일에 접목해 미술과 패션의 만남을 처음 시도했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직물기업인 동남무역은 지속적인 지원도 약속했었다. 디자이너 박동준씨가 패션인생을 재조명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바로 이거야! 이때부터 박동준 디자이너는 수입 직물 대신 국산직물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미술과 음악, 문학 등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그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패션에 접목시키는 창작활동에 열의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패션인생과는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후 정점식 화백(96년, 98년), 몽골 복식(와당, 99년), 러시아 음악(2000년), 이상화 고택기념 작품(2001년)들을 잇따라 쏟아내며 그동안 걸어온 패션인생에 종지부를 찍고 백화점 매장을 전격철수(2003년) 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서였다.
“매장 철수 직후부터 바로 창작 공간 건축에 들어갔지요. 1년 만에 완공한 창작 공간(지금의 P&B아트센터)은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천군만마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미술과 음악, 문학 등 예술과 문학을 패션에 접목시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내는 작업이야말로 희열 그 자체였죠.”
패션인생 40년 만에 이제야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는 향토 디자이너 박동준. 그는 특히 정점식 화백 작품과 빈센트 반고흐 그림,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타 칼로의 작품들을 패션에 접목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40년 패션인생을 기념하는 패션 40년 기념행사 직후 “이제야 옷과 패션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패션과 아트, 문화를 접목한 책을 펴내 패션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며 “2~3년 내에 국내 최초로 패션과 아트, 문화를 접목한 책을 출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