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키 FTA 살리려면…특화제품 개발·생산인프라 구축·마케팅 뒤따라야

업계 비축물량 과다, 가격붕괴 우려도 제기

2013-11-30     김영관

세계 섬유 수출(의류 포함) 8위인 한국이 수출 4위국인 터키와 FTA 발효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터키 FTA 비준안이 통과됨에 따라 빠르면 2~3월경 발효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한·터키 FTA 발효시 한국은 터키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권, 중동, 아프리카, 유럽지역으로의 수출확대를 위한 든든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한국은 복합 및 ITY니트 스판 직물의 수출증가가 가장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국 직물류 수출 중 니트 직물은 44%의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대구경북은 ITY니트 스판을 중심으로 20%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대 터키 수출에 청신호를 밝히고 있다.

결국 올해 41억불 수출을 넘보고 있는 복합 및 ITY니트 직물 수출이 내년 봄 경 한·터키 FTA 발효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남아있다. 업계는 품목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큰 폭의 터키 수출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다홍빛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대구경북의 대 터키 주력 수출 품목인 ITY 니트 스판 직물이 한·터키FTA 체결을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비축물량을 늘리고 있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는 “기업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최소 6개월 물량의 비축량을 안고 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FTA가 발효되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물량으로 인해 출혈경쟁이 불가피함에 따라 가격붕괴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팽팽한 흐름이다.

대구경북지역 대표 기업 다수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년 만에 호기(한·터키FTA 체결 및 발효)를 맞은 전국 및 대구경북 직물업계가 대응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또한 터키는 한국과 FTA체결을 앞두고 한국 및 유럽, 아시아권을 겨냥한 생산량 확대를 위해 3년 전부터 생산 캐퍼 확충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벨기에 피카놀 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지금까지 2000~3000여대의 직기를 증설하거나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만 1500여대의 직기를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한국과 터키의 니트 직물 생산량 확대와 직물생산 설비 증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류와 섬유 수출량에서 호형호제하는 한국과 터키. 결국 가격과 품질이 좋은 제품은 시장에서 통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은 주력 품목과 니트류를 비롯 화섬사를, 터키는 직물생산과 니트 직물, 의류수출로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일련의 흐름이다. 시장 맞춤형 특화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이 뒤따라야 한다는 가정에서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인 성안 박호생 부회장은 “지금까지 주어진 환경에서 제품 기획 능력과 마케팅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욱 세분화된 제품 흐름과 품질 및 생산을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전략으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넥서스(Nexus) 경영의 핵심 내용으로 해석된다. 기업별 자사의 핵심 주력 제품의 입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게 골자다. 체질개선, 세분화된 경영 및 관리, 페어플레이, 전략적 협력체계 구축(파트너 쉽) 등으로 체력과 국지전, 단기전에 의존했던 그동안의 경영환경에서 체질전, 전면전, 장기전으로 변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뉴 경영 패러다임이다.

국산 직물류는 폴리에스터 감량직물, 화섬복합 및 교직물, 복합 및 ITY니트 스판직물, 중동용 화이트&블랙직물 등이 직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더욱 세분화되고 전략적인 체질개선과 마케팅을 포함한 경영환경 변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