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窓] “캄캄한 밤에 별은 더 빛난다”

팬코 최영주 회장의 눈물

2013-12-11     정기창 기자

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 7일 오후 6시20분. 대일 의류 수출 전문 기업인 팬코는 눈을 뜨기 힘들만큼 세찬 눈발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사옥을 마련해 이전한 강서구 등촌동 팬코타워에서 ‘신사옥 입주 및 창립 28주년 기념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팬코 임직원 및 국내외 협력업체 관계자 등 약 250여 명이 참석, 팬코의 발전을 축하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28세 청년에 들어선 팬코가 반듯한 새집을 마련했다”며 “모든 팬코 임직원들에게 특별한 날이며 발전에 기여한 협력업체들과 임직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사말 도중 지나간 팬코의 자취를 언급하며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날로 변화하는 수출 시장, 인력과 생산관리의 어려움 등 실패와 실수로 잠 못이루며 악전고투하던 기억이 있지만 기쁘고 감사한 일이 더 많았다. 캄캄한 밤에 별은 더 빛난다. 2012년은 팬코 역사에 획을 긋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이 대목에서 뜻밖의 광경을 접하게 됐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에 대한 회상 때문인지 최 회장은 이때부터 목이 메인 듯 중간중간 끊기며 말을 잘 잇지 못했습니다.

최 회장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요. 그는 평소에 대화할 때는 무척 온화합니다. 그러나 일을 할 때 보이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날 최 회장의 눈물은 뜻밖이었을 겁니다. 행사장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숙연해졌습니다.

최 회장은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내실있고 꾸준한 경영방침과 최고 품질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을 해 왔다. 글로벌 마인드, 장인정신, 겸손한 마음, 성실한 손길로 빛나는 별과 같은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말로 인사말을 마쳤습니다.

팬코는 올해도 전년과 같은 1억70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20년 장기 불황이라고 불리는 일본 시장에서 올해를 제외하고 연 20%씩 성장하는 등 여전히 대표 의류 수출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말도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열악한 생산 환경과 싸우며 섬유강국을 일군 이들의 노고는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날 최 회장의 눈물은 보는이들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지만 참석자들은 인사말이 끝나자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눈오는 날 이사를 하면 잘 된다는 속설처럼 팬코가 등촌동 사옥 시대를 맞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