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경기 한파, 화섬 시장 초토화
생산 20% 줄고 내년 추가 감산 우려
섬유경기 한파로 국내 화섬사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줄어드는 물량에 속수무책이다. 화섬업계는 최근 11개사가 참석한 가운데 사장단 회의를 가졌다. 뚜렷한 방도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20% 감산이라는 불황의 골만 확인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연말까지만 버티면 좋아질 것이란 희미한 희망도 가져볼만 하지만 내년에도 먹구름 기류를 빠져나갈 경기흐름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내년에도 추가 감산이 확실시되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아웃도어 시장 성장과 함께 판매가 늘었던 고가 세데니어 화섬 원사는 최근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아울러 단가를 줄이기 위한 레귤러 원사 채용이 늘어나면서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월 800톤에 이르던 세데니어 원사 시장은 하반기들어 4~5년전 수준인 400톤으로 반토막이 났다.
세계적인 SPA 강세로 자라, 갭, 망고, H&M 등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고가 브랜드 매출이 줄어 부가가치가 높은 차별화 원사 매출도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화섬업체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 지수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는 증가추세이나 고가존 기획량이 줄어 11, 12월 오더는 완전히 실종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화섬경기 흐름에 원료(TPA) 생산 업체들까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가격 인상요인을 부추기고 있다. 화섬 업계는 전세계 폴리 시장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이들 원료업체들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내년에도 불가피하게 TPA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원료가 상승보다 빠른 속도로 인건비와 부대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 전력난으로 피크타임 요금제가 적용되면서 업체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졌고 벙커C유, 스팀료 등 대부분 부대 비용이 인상된 상태.
과거에는 이들 부대비용 상승을 원가 절감 노력으로 커버했지만 최근의 인상폭은 이 같은 노력만으로는 상쇄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2년이 지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까지 얹혀져 올해 대부분 폴리 원사 메이커들은 적자로 전환되는 추세다.
중소 가연업체들의 경영난도 가중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DTY사에 대한 덤핑방지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수입한 원사 공급량은 12월 현재 5000톤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피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구 경북권 가연 기업들은 연합회를 구성해 수입 DTY에 대응하고 있지만 역시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급기야 내년도 화섬사 투자 계획을 백지화한데 이어 조직 축소도 예고하고 있다.
직물의 경우 버팀목이었던 ITY싱글스판 마저 하반기 들어 주춤하더니 11월 이후 아예 물량이 실종됐다.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도 파죽지세에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화섬복합직물은 여전히 수출 전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섬 복합직물은 가격대가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구매력이 떨어지는 추세라는 설득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과 ITY니트 스판은 품질 대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하반기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 비수기라고 하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경기는 그 이상이다. 잘나가던 ITY연사기가 남아돌고 사이징 물도 맥을 못 추고 있다. 특히 임직, 임연사, 임가공 업체들은 한파 경기를 여과없이 체감하고 있다.
김영관 기자 ykkim@ayzau.com
정기창 기자 kcjung100@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