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3 섬유수출 긴급진단 | 인터뷰 - 박호생 성안 부회장이 바라보는 2013년 섬유산지 전망과 과제

2014-01-02     김영관

신소재 화섬사와 직물 특화직물 개발 부상
염색공정 합리화, 마케팅력 강화, 원화강세 대비해야

“그동안 경영방식에는 한계, 선진형 직물개발로 미래 기약”

“섬유산지 주력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제품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섬유산지가 그동안 제품 기획능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오늘에 이르렀다면 이제는 시장 맞춤형 특화 직물개발과 이에 따른 생산기술, 설비를 비롯 마케팅력을 강화해 나가는 행보가 중요할 것이다.”

박호생 성안 부회장(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은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만 섬유산지 주력 직물 군들은 변화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섬유산지 주력 수출 직물군의 평균단가를 따져봐도 박 부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변화의 필요성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누계 수출 실적에서 100g(야드 당) 기준, 품목별 평균 단가는 나일론 직물 1불68센트, 폴리에스터 직물 1불6센트, 복합교직물 65.7센트, 면직물 1불8센트, 니트 직물 56.8센트에 머물고 있다.

면직물(-1.7%)을 제외하고 전 품목들이 전년 같은 기간 비해 적게는 1%에서 많게는 10%까지 인상됐는데도 나일론 직물을 제외한 평균단가는 이렇듯 바닥수준이다. 후발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형 직물 개발을 통해 섬유산지의 미래를 기약하는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

“특화되고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품질 고급화를 통해 수출 시장별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기흐름을 읽고 이 같은 흐름을 더욱 세분화해서 봐야하지만 결국은 특화된 제품개발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의 이 같은 비전 제시는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과 ITY니트스판 직물이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지만 지속적인 특화된 제품 개발없이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미 지구촌 기업들은 비교 우위 제품을 축으로 이해 관계자와 입체적이고 다면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야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느낌과 감에 의존해 왔다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은 생산기술, 제품개발, 마케팅 등 핵심 경영 요소에서 입체적이고 치밀한 분석과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최우선 순서가 소재 생산 대기업의 차별화 원사개발과 이를 통한 직물생산 기업들의 개발력을 꼽을 수 있다. 융·복합화와 인체친화형 직물, 고기능성 직물 등의 개발이 뒤따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별화 직물을 내놔야 섬유산지도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 부회장은 소재와 직물에 이어 염색산업도 그동안의 경영방식으로는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염색은 라인 발란스(Line of balance)가 곧 생산성과 이익으로 직결되는 거다. 그런데 대구염색산업공단 입주업체들의 공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거의 한계에 왔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공정흐름(flow)이 매우 비효율적인 데다 노후 설비도 매우 많다.

설비 레이아웃이 처음부터 ‘주먹구구식’이었다고 본다. 염색산업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 또는 에너지 합리화사업 차원에서 대구염색산업공단과 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대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단지에 건립중인 대구텍스타일 콤플렉스(DTC)도 섬유산지의 경쟁력 구도를 바꿀 것으로 박 부회장은 예고했다.

“그동안 섬유 산지가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로 명성을 이어왔다면 이제는 대구텍스타일 콤플렉스를 통해 마케팅 거점으로도 기능을 발휘하게 될 거다. 섬유산지 대구가 생산에 이어 마케팅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섬유기업들과 단체, 기관들이 역량을 모아 협력해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수 년 전부터 섬유산지에서 해외 영업부를 가동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도 박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개발과 생산, 영업은 머리를 맞댄 긴밀한 협조와 빠른 소통이 중요한 만큼 기업들이 점차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업들의 특화 직물개발도 중요하지만 원사 메이커들이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시장은 이제 좋은 제품과 설득력있는 가격대를 원하는 추세다. 이를 따라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소재 개발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신소재 개발과 특화 직물개발을 통해 시장개척과 부가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인건비 인상 등 근로자들의 처우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전망과 관련 박 부회장은 “전체적으로 횡보추세로 간다고 보고 있다. ITY니트스판과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은 여전히 우상향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TY니트스판이 한·터키FTA 발효와 동시에 물량이 증가하면서 동종 업체별 경쟁에 따른 가격하락이 걱정된다. 세계적인 집산지에다 설득력있는 가격대, 품질 등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경쟁력을 지켜나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나 폴리에스터 강연 감량직물을 비롯한 중국산 수입 직물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매우 걱정된다.

여차하면 물량 흐름이 좋아져도 중국 때문에 상황이 어렵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둬야 할 것 같다. 박직 역시 공급과잉, 내수편중, 수급 발란스 불안정 등에다 중국도 생산을 늘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전망에 대해서도 박 부회장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어차피 각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이 양적 완화로 가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로 본다. 중국도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1050원선도 이탈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 채산성 확보 전략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중동지역은 지역별 명암이 엇갈렸다. “이란을 중심으로 한 블랙직물은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가 다소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흐름은 좋지 못하다. 또 현지 유행흐름도 점차 유색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조심스런 입장이다.

화이트 직물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을 보이지 않을까 전망되지만 예상이 조심스럽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수준에서 추세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