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구 패션 디자이너 대통 잇는 차세대 유망주 이유정 디자이너 -“입는 사람이 만족하고 행복감 느껴야 진짜 옷”

2014-01-04     김영관

한동안 잠잠했던 대구패션계였다. 고 김선자(미스김 테일러) 디자이너와 도향호(도호) 디자이너에 이어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박동준, 이상순(KDC 깜, 2012년 부도), 최복호 디자이너를 잇는 유망한 디자이너가 고갈 상태에 빠진 듯 했다. 프리엔 메지스 장현미 디자이너가 명맥을 유지해 오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리엘바이이유정의 이유정 디자이너와 앙디올 김건이 디자이너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가뭄에 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들은 일약 차세대 대구 패션계를 이끌 역량과 끼를 갖춘 디자이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 이유정 씨는 겁 없는 도전과 모험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끼와 역량을 두루 갖춘 디자이너로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종횡무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며 어느덧 중견 디자이너로의 발전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대구패션계의 바통을 이어받을 유망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국내외 시장을 종횡무진 누비다
이유정 디자이너가 대구패션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때는 2년 전인 2011년 포르타 포르테 파리와 대구패션페어에 나타나면서부터다. 조심스레 가능성을 타진했던 이유정 디자이너는 지난해 3월 중견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대구컬렉션에 출품하면서 일약 차세대 유망주로 떠오르는데 충분했다. 웨딩드레스와 이브닝 드레스의 색깔과 철학 그리고 입는 사람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족감과 차별성을 극대화시킨 그의 작품은 대구패션계에 잔잔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내친김에 포르타 포르테 파리에 세번째 참가하면서 호평을 받아낸데 이어 수출 오더도 수주하는 등 국내외에서 통할 수 있는 끼와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3번째 출품한 포르타 포르테 파리에서는 오스트리아 대형 백화점 바이어로부터 적잖은 이브닝드레스를 수주하는 등 주목받는 디자이너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처음 출품했을 당시 그는 “시장을 읽고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로 출품했다. 당연히 오더수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뭔가 해외 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는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기대와 설레는 마음에 나만의 아이덴티티는 어디 간 듯 없고 전시회를 겨냥한 욕심만 앞섰다. 좋은 경험이었다. 결국 마음을 비우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모아 그것을 옷에 담아내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임을 깨달았다.”

그는 오트퀴튀르적인 터치, 입체적인 패턴, 그리고 경험에서 우러난 철저한 절제미에다 낭만주의와 로맨티즘을 표출하는 그런 의상으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두번째 출품부터 실질적인 수주 상담으로 이어졌다. 수출시장별 맞춤형 의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노하우를 점차 터득하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수출 시장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 디자이너 이유정씨는 “이젠 매년 포르타 포르테(후즈 넥스트)에 출품, 중동·유럽·미주·아시아권 등 바이어로부터 수출물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 보였다.

개성과 절제미, 차별성이 묻어나다
“옷은 만드는 사람보다 입는 사람이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껴야 옷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수시로 발동하지만 과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 자체보다 입는 사람에게 어울려야 하고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디자이너 이유정씨는 발상 그 자체가 이미 중견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듯 했다. 이에 대해 “대학 4학년부터 일찌감치 시작한 뮤지컬, 오페라 등 무대 의상을 제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배우의 캐릭터에 따라 옷도 달라야 하고 심지어 즉석에서 옷을 고쳐본 경험도 수없이 많았다. 이런 경험들이 수 십년 쌓이다보니 고객위주의 옷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것들이 모여 고객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옷은 디자이너의 고집이 강조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역시 오랫동안 무대 의상을 제작해온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입는 사람이 최고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자세이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겪은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개성과 절제미, 그리고 이유정 디자이너만의 차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넘치는 끼, 그리고 자신감
지난 15여 년간 무대의상을 제작해온 그다. 철저히 현장 중심에다 때론 임기응변식으로 옷을 바꾸고 배우 캐릭터에 맞춘 의상을 제작하다 보니 옷에 자신감이 붙었단다.

“이제 옷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끼를 분출할 수 없어 지난 2009년 생애 처음으로 한국일보 자선패션쇼에 나의 옷을 출품했다. 그동안 무대의상을 배우 캐릭터에 맞춰 제작해 온 나였다. 그러나 이젠 내가 추구하는 옷을 만들어 나의 패션쇼를 가졌다.

그때의 희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 때의 희열을 간직하면서 항상 새롭고 고객이 만족하는 옷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내친김에 이듬해 일본으로 가는 크루즈 선상 패션쇼도 열었다.

“각층의 소비자들과 유대관계를 갖다보니 맞춤형 의상이 절로 떠올랐다. 나만의 작품인 셈이었다. 고객과 소통하며 내 작품을 소개했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내가 가야할 길임을 확신했다.”

그는 자신감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고 심지어 흥분되기까지 했단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고 너무 행복하다는 디자이너 이유정씨. 그는 “자신감에다 분위기에 맞춘 의상을 변화무쌍하게 만들어 내다보니 심지어 돈키호테 같은 기질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싫지만은 않았다. 고객 반응이 좋았고 나도 좋았다. 그것으로 만족이다”라며 웃음지어 보였다. 대화중에도 그만의 당찬 자신감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히 그는 작품에 관한한 국가별 선입견을 지우고 디자이너 능력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고 꿈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런 나의 행보와 도전이 후배들에게도 조금이라고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계산없이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과 꿈
“지난 2007년 나만의 작품 세계를 여행할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유정 웨딩샵이다. 올해로 7년차에 접어들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현실로 다가 오고 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다. 이런 행복을 우리사회와 공유하고 싶다. 사회환원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소박한 꿈이다.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와 파리에서 활동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외 곳곳을 누비며 활동 무대를 넓히고 싶다.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디자이너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내 최종 꿈이라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