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가 뭐길래… 상징적 의미에 시달리는 대구시

자매결연 사실, 허위로 밝혀져 파문

2014-01-09     정기창 기자

“밀라노라는 말 때문에 많이 오해하는데 밀라노프로젝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는 상관 없는 대구경북섬유산업육성방안일 뿐이다. 양 도시가 공동 추진한 사업은 없고 단지 양국 섬유관련 연구소들의 정보교류 정도밖에 없었다.” (대구시 관계자)

최근 대구시가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실이 허위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구시에 따르면 시간은 약 25년 전으로 돌아간다. 1988년 이탈리아 뺄리델리 밀라노 시장은 대구시를 방문했고 이듬해인 1989년 4월에는 당시 박성달 대구시장이 밀라노시를 방문, 양 도시간 자매결연 체결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양 도시의 자매결연 조기 체결을 위한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삽입됐다.

10년 후인 1998년 12월에는 밀라노프로젝트의 역동적 추진을 위해 이탈리아 주재 한국 대사관의 노력으로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러나 밀라노시측은 우호교류 협정 체결후 내부적으로 필요한 행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공식적인 자매결연 관계는 맺지 못했다.

대구시는 이 일에 대해 “밀라노시측 공식 입장을 확인한 결과 1998년 12월 체결한 협정서는 향후 자매결연 체결을 희망하는 의향서였다. 행정절차상 우호교류 협정 체결 후 2~3년에 걸쳐 교류를 통해 양 도시 관계가 긴밀해지면 자매도시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데 대구시와는 잔여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자매도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작년 9월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양 도시간 교류실적을 바탕으로 밀라노시측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추가협정을 체결해 자매결연도시로 교류해 나갈 것을 협의 중이다. 올 상반기 중 밀라노를 방문, 교류 정상화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왜 밀라노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당시 산업자원부 정책 라인에 있던 관계자는 “밀라노는 소재부터 패션까지 균형있게 발전해 있어 소재만 발전한 대구가 밀라노를 본받아 국제적인 섬유패션도시로 탈바꿈하자는 의미에서 밀라노프로젝트로 명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대구경북섬유산업발전방안’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길어 쉽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네이밍하는 과정에서 보도자료에 ‘밀라노프로젝트(일명)’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이 이후 공식명칭으로 굳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양 도시는 밀라노프로젝트와 관련된 공동사업을 추진한 사실은 없지만 대구 염색연구소와 이탈리아 염색연합회와 정보 교류 정도의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탈리아 염색연합회 관계자가 대구 비산 염색공단을 방문하고 기술자 연수 등 인적 교류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