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섬유산업 부활에 발목

에너지 부담율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

2014-01-23     정기창 기자

“올해 전기요금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11% 정도 오를 것으로 잡고 있다. 연간 추가부담 금액만 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추가 인상이 있으면 현재 진행중인 공장 증설 계획에 제약사항이 될 수도 있다.” (A 화섬사)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이 최근 다시 살아나는 국내 섬유업계 부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작년 8월 산업용 고압 전기요금을 6% 인상한데 이어 5개월만인 지난 9일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4.4% 인상했다. 이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큰 화섬메이커들은 올해 에너지 부담 비율이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화섬메이커인 B사는 지난해 순수 에너지 원가가 전년에 비해 100억 원 이상 올랐는데 올 초 전격적인 요금 인상으로 올해는 비용 부담이 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섬유산업의 전기요금 원가 비중은 평균 5.7(제조원가 대비)~15.5%(원재료 제외 제조원가 대비)에 이르며 특히 면방은 9.5%~25%에 달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업체들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화섬메이커들은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공정 프로세스 혁신과 용수, 전기, 스팀 등 유틸리비 에너지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들은 전기요금 상승을 상쇄시킬만한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어 고심중이다. 지난주 열린 화섬업계 사장단 신년 모임에서도 각 업체들은 “최대한 전력 소비를 줄인다”는 원론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화섬협회 관계자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다같이 오르니까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섬유산업연합회를 포함한 14개 경제단체는 지난 10일 “최근 우리 기업들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침체로 어려움을 겪는데 전기요금마저 추가 인상된다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산업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산업계 전기 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따르면 2000년부터 작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13차례에 걸쳐 70.7%가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택용 6.9%, 일반용 16.3%, 교육용 14.5% 상승과 비교하면 인상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또 작년 8월 요금 인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의 원가 회수율은 100.1%여서 올해 증가분을 감안하면 충분한 수준이므로 이제는 한전의 실질적인 자구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14개 경제단체는 “철강, 반도체, 섬유 등 기간산업에서 전기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원자재”라며 “전기 요금이 오르면 자동차나 스마트폰, 각종 의류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어 요금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